갑갑한지 종종 이런다. 돼지고양이.

첨엔 점프해서 방문 마구 열고 들어오더니, 캐리어로 막아두니 그러기를 멈췄다. 대신 방문 열고 나가기만 하면 뚫어져라 감시당하는 나의 유학생활 휴.


 우리나라의 개고기 문화를 야만적이라고 비판해 물의를 일으켰던 나라답게 프랑스에는 애완동물 키우는 사람들이 정말 많다. 아파트 앨리베이터에서 사냥개 같이 생긴 개를 마주치고 너무 놀라서 소리 질렀는데 사랑스러운 우리개 놀라게 왜그러냐는 반응. 휴.. 한국에서의 습관대로 엘리베이터 문앞에 서는 일이 절대 없어졌다. 보르도에 머문지 열흘이 되어가는데,큰 개일수록 훈련이 무척 잘되어 있다. 트램이나 버스에서도 종종 아무렇지 않게 데리고 탄 개들을 볼 수 있으니 이점은 다행이지 싶다.  


 보르도 도착전부터 머물기로한 홈스테이집과 연락이 제대로 안이루어지더니 결국 도착후 문제가 생겼다. 유학원은 수속비 다 받고 비자도 나왔으니 거의 나몰라라에 가까웠고.. 유학원들에 대한 불신을 담은 블로그들을 많이 봐서 애초에 별로 기대도 안했지만. 여튼 도착해서 짧은 불어로 픽업 나와주실분을 구하고 짐을 옮기고, 홈스테이집을 변경해야했다. 도착해서 짐을 풀고 시설 좋은 아파트여서 만족스러운가 했더니 웬걸, 고양이가 있다!


 장시간 비행, 홈스테이 문제, 몸무게에 육박하는 무거운 수하물들..

녹초가 되어 쓰러질 지경이었는데 고양이가 제멋대로 문을 열고 방을 오가니 신경이 곤두섰다. ㅠㅠ.. 홈스테이집을 다시 옮겨달라고 말해볼까, 별 생각을 다했지만 캐리어로 문 막아 두면 방에는 큰 문제는 없으니 견뎌보기로 했다. 고양이 무섭다며 옮겨달라했어도 아마 우리 예쁜이(mon chéri)한테 왜그러냐는 반응이었을게 틀림없다.

 피할수없다면 즐겨라. 본의아니게 고양이 컬렉션을 모으게 됐다. 고양이와 한집살이 하는데 점점 익숙해져가고 있다. 적당히 거리 두면서.아직은 무섭다.ㅠ

 

 

 

 

 

 

인도, 다만

 

# Contax TVS, Fuji C200

 

해안에 위치한 초등학교. 가톨릭 재단에서 운영하는 학교다. 교무실에 들어가 보니깐 교재가 미국 것이었다. 영어를 공용어로 쓰는 나라이기도 하지만, 영어 사용 여부에서 신분 격차가 쉽게 드러난다. 그만큼 교육에 대한 보편적 복지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델리에선 대낮에 어린아이들이 길거리를 부랑하는 반면에, 다만의 길거리는 너무나 평온하고 아이들은 미국식 교육을 받는다.

 

여행 전에 인도의 인구 통계 자료를 찾아본 적이 있었는데, 여전히 카스트에 기초한 인구 조사가 이뤄지고 있었다. 신분 질서가 법적으로 철폐되었으나, 기초 단위에서 암묵적으로 통용되고 있으니 정부 통계자료에도 중요 지표로 사용되고 있다. 신분질서야 말로 자유와 평등에 완전히 반하는 가치다. 신분질서에는 사람의 행동과 사고를 틀 속에 가둬버린다. 교육에서 결혼까지 인생의 중요한 순간에도 인도인들은 자신의 계층을 둘러볼 수밖에 없다.

 

교육이 관습화된 신분질서를 거둬낼 순 없다. 하지만 교육수준이 계층이동에 미치는 영향은 분명해 보인다. 적어도 법적인 수준에서 신분질서가 철폐되었다면 이제 국민들 인식 수준에서 이를 없애야 한다. 신분이나 소득수준에 관계없이 양질의 교육을 제공하여 청소년들이 학업의 기회에서 만큼은 동등한 기회를 받도록 도울 필요가 있다. 교육 수준은 소득 수준을 결정짓는 중요한 독립변인이고, 자본주의 사회에서 소득수준은 계층을 구분짓는 가장 유효한 기준이다. 인도가 카스트의 벽을 뛰어넘기 위해서는 교육복지가 절실해 보인다.

 

 

학교는 성당과 교실 건물로 나뉜다. 성당도 구역을 나눠서 일부는 교실로 쓰고 있었던 것 같다. 학교를 둘러싼 검은 벽은 예전 포르투갈 요새의 옹벽이다. 바로 옆에 요새 유적이 있고, 가톨릭 신도들의 공동 묘지가 있다. 요새 규모는 굉장히 작고 장식도 조악하다. 다만은 고아만큼 큰 규모의 점령지는 아니고 북인도와 남인도의 중간 기착지 정도 되지 않았을까 싶다.

 

1. 2. 3. 4. 시스티나 예배당

 시스티나 예배당은 교황선출을 위한 선거가 이루어지는 장소다. 투표를 마치면 투표용지를 모아 불에 태우는 데 선출 되었을 경우 하얀 연기를, 그렇지 않을 경우 검은 연기를 굴뚝으로 내보낸다는 이야기는 한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이곳의 천장화와 제단화는 모두 미켈란젤로의 작품으로 그 규모가 어마어마하다. 비록 모두 종교화이지만, 신도가 아닌 사람들도 빨아 들이는 마력이 있다.

 

@천지창조

 천장화의 가운데 9개 그림은 하느님이 세상을 창조하셨다는 창세기의 이야기를, 그 곁가지 그림은 예언자들의 모습과 구약성경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밑에서 부터 각각 빛과 어둠의 분리, 해와 별의 창조, 땅과 바다의 분리, 아담의 창조, 이브의 창조, 원죄와 낙원추방, 노아의 희생, 노아의 방주 그리고 노아의 만취를 보여준다. 순서상으로는 노아가 등장하는 세 그림을 먼저 그렸다고 한다. 천장 전체의 크기가 미식축구장의 1.5배라고 하니 그림 하나당 엄청난 크기인 셈이다.

 위에서 부터 세 그림을 먼저 작업하고 자신의 그림을 확인하던 미켈란젤로는 천장화 작업이 가져다준 신체적 고통에도 불구하고 천 장이 너무 높아 세밀한 묘사는 잘 보이지 않는 다는 것을 깨닫고 <원죄와 낙원추방>을 비롯한 나머지 그림은 더 간결하고 크게 그렸다고 한다. 천재가 저지른 실수라 덮고 넘어가기엔 미심쩍은 기분이 든다. 미켈란젤로는 3차원으로 구현되는 조각을 최고의 예술이라 생각하여 회화를 등한시 했다고 한다. 그래서 그의 회화에는 비례, 균형이 다소 어색한 부분이 발견된다고.

 성경을 잘 모르더라도 세상이 물에 잠긴 가운데 몇몇 무리가 배에 타 있는 두 번째 그림에서 <노아의 방주>를 연상할 수 있다. 네 번째 그림에서는 뱀의 유혹에 빠져 선악과를 따먹고 수치심, 후회, 절망을 느끼며 에덴동산에서 쫓겨나는 아담과 이브의 모습을 쉽게 알수 있다. 다시 오지 않을 순간이었기 때문에 그림 하나하나 자세히 보려고 천장을 몇 분 올려다 보고 있으려니 금새 목이 뻐근해왔다. 화가의 노고가 이만저만이 아니었을 것이다.




 천장화에서 가장 유명한 그림은 <아담의 창조>. 특별한 장식 없이 여백 속에 드러난 신과 인간의 교감이라는 뚜렷한 주제의식 때문이었을까? 여러 그림들 중에서도 한가운데 놓인 아담의 창조가 단연 눈에 들어왔다. 신이 피조물인 인간에게 숨결을 불어넣는 모습이다. 갈망의 눈빛으로 바라보는 아담에게 손을 뻗어 생명을 전하는 이 장면은 외계인과 인간이 친구가 된다는 설정의 영화 <ET>의 명장면을 떠오르게 한다. 실제로 스티븐 스틸버그 감독은 시스티나 예배당에서 이 장면의 모티프를 얻었다.


 

@최후의 심판

 세상의 끝에서 신의 심판이 도래하는 날을 상상하여 그린 그림이다. 그림 하단부에는 죄 많은 이들이 지옥으로 떨어지고 있다. 몇몇은 예수가 있는 쪽으로 상승하고 있다. 하단 중앙부의 천사들은 심판의 날을 널리 알리려는 듯 나팔을 불고 있다. 금방이라도 어수선한 소리들이 들려올 것만 같다. 그림 정면 가운데에는 예수가 있고 그 주위로는 열쇠를 든 베드로, 산 채로 가죽이 벗겨지는 형으로 순교했던 바르톨로메오 등 그의 제자들이 있다.

 이 그림이 단순히 최후의 날을 묘사하고 상상한 그림에 그쳤다면 종교를 떠나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주는 명작 반열에 오르지 못했을 것이다. 그림의 자세한 세부에서 한 발짝 물러나고 보면 <최후의 심판>은 그자체로 하나의 얼굴과 같은 모습이 된다. 가이드로부터 설명을 듣고 난 뒤라 전율이 덜했지만 미켈란젤로의 재기발랄함에 나도 모르게 몸이 움츠러들었다. 얼굴이라니. 세상이 끝나는 날 신은 산 자와 죽은 자 모두와 마주해 그 죄를 묻는다. ‘너의 죄는 얼마나 크고 무거운 것이냐, 모두 지켜보고 있다.’ 그림이 내게 말이라도 거는 기분이었다.


 스콧 피츠제럴드의 소설 <위대한 개츠비>의 낡은 간판이 떠올랐다. 개츠비라는 한 신사가 날마다 열던 화려한 파티와 그의 순애보가 모두 허상으로 돌아가는 이야기. 소설의 서두와 말미에는 도로변에 세워진 에클버그 박사의 거대한 간판이 등장하는 데, 마치 지금까지 벌어진 모든 일을 누군가 심판의 눈으로 차갑게 바라보고 있었던 듯한 느낌을 준다. 소설의 일부를 발췌해 적어본다.

 

윌슨 뒤에 서 있던 미카엘리스는 그가 마침 그때 사라져 가고 있던 밤의 장막 아래에서 희미하게 보이기 시작한, 거대한 에클버그 박사의 눈을 보고 있다는 것을 알고 깜짝 놀랐다.

신은 모든 것을 보고 계신거야.” 하고 윌슨은 되풀이했다.

저건 단지 광고예요.” 미카엘리스가 윌슨에게 말했다.

-피츠제럴드, 위대한 개츠비, 민중출판사 304p



 

 

1. 2. 3. 4. 성 베드로 대성당



 베드로는 예수의 열두 제자 가운데 한 명으로 하늘로 가는 열쇠를 부여받아 가톨릭교에서 초대 교황으로 여겨진다. 성 베드로 대성당은 바로 이 베드로의 순교지에 세워졌다. 그래서 성당의 모양도 베드로를 상징하는 열쇠구멍 모양이라는 점! ㅎㅎ

 지금의 거대한 베드로 대 성당은 16세기 교황 율리우스 2세의 부탁으로 당시 이탈리아의 건축가 브라만테에 의해 개축된 것이라고 한다. 개축비용을 대기 위해 교황청은 무지몽매한 사람들에게 천국으로 가는 길이라며 면죄부를 판매했고, 신학자였던 루터가 이에 95개조 반박문을 내놓자 종교개혁운동이 일어나면서 구교와 신교가 갈라지게 된다. 과학의 발전과 15세기 말 신대륙 발견으로 잉태된 인간스스로에 대한 자신감은 종교개혁과 만나면서 본격적으로 인간에 관심을 두는 문예부흥의 시대, 르네상스가 시작되는 계기가 되었다. 거대한 규모의 성당을 짓는 등 을 찬미하는 열정이 정점을 찍은 중세시대의 한 가운데에서, ‘인간자신을 탐구하는 르네상스 시대로 가는 씨앗이 싹튼 걸 보면 세상살이란 참 아이러니 한 것으로 느껴진다.


 베드로 성당 내부에는 곳곳에 벽화가 그려져 있다. 바티칸 박물관에 전시된 그림의 모작도 종종 보인다. 그런데 성당 내부의 거대한 벽화들은 모두 모자이크로 이루어진 것이라고 한다. 개축 당시 영구성을 위해 모든 그림을 모자이크 방식으로 처리했다고. 그 과정에서 많은 시민들이 동원되고 한 켠에서는 대공사를 서두르기 위해 누군가 채찍을 휘두르고 있었을 것이라 생각하니, 당시 사회 지도층이었던 기독교 집단의 자의식이 조금 섬뜩하게 느껴졌다.


 미켈란젤로의 대표 조각상으로 널리 알려진 <피에타>도 성당 내부에 자리 잡고 있다. 보통 조각가들은 실수를 방지하기 위해 여러 돌에 조각하여 보이지 않게 연결하는 식으로 작업을 한다고 한다. 반면, 미켈란젤로는 언제나 하나의 돌을 이용해 조각품을 완성했다. <피에타>도 역시 그렇게 작업된 작품으로, 늘어진 예수의 몸과 처연한 마리아의 표정에서 젊은 시절 미켈란젤로의 천재성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다. 예전에 미치광이의 난입으로 조각상이 파손된 적이 있어 현재는 조각품 앞에 방탄유리가 설치되어 있다. 예술품의 생명은 아우라인데 빛이 반사되는 유리를 통해 볼 수 밖에 없었던 점이 아쉬웠다.

 

 바티칸 박물관 관람을 마치고 해질녘이 되어서야 베드로 성당 내부를 둘러보았는데, 창 한가운데로 비쳐 들어오는 빛과 파이프 오르간 소리가 만나 거대한 성당이 성스러운 느낌을 자아냈다. 평소 장난기 많은 나도 그만 압도되어 엄숙해진 채 성당 문을 나섰다. 주말이면 많은 인파가 몰려 미사를 드린다는 열쇠구멍 모양의 광장으로 노을이 지고 있었다.



 지금의 바티칸 시국은 중세시대와 르네상스가 공존하던 무렵에 완성된 모습이다. 그래서인지 종교국가를 표방하고 각종 종교화를 수집·전시하지만, 곳곳에서 과학연구에서 크게 진일보한 당시 인간의 자부심을 느낄 수 있다. 비록 하루동안 머물렀지만 밀도가 매우 높았던지라 이야기가 길어져 두 편으로 나누어 올리기로 한다.



1. 2. 3. 4. 바티칸 시국


 바티칸 시국은 로마 시내에 자리 잡은 교황령으로 하나의 독립국가로 인정받고 있다. 요즘 시대에 정치와 종교가 일체된 전제군주국가가 버젓이 남아있다니! 유교가 한국인의 의식구조를 오랜 세월 지배해왔다면, 서구 사회에서는 카톨릭이 유럽인들의 의식구조를 구성해왔을 거라 짐작해볼 수 있었다.

 여행사의 투어 프로그램을 신청해 이 작은 국가를 하루 동안 둘러보았다. 이곳에는 세상에서 가장 규모가 큰 성당이라는 성 베드로 성당과 종교화를 비롯한 카톨릭 관련 예술품을 모아둔 바티칸 박물관, 교황 선출 장소인 시스티나 예배당이 자리 잡고 있다. 사진으로 보이는 산림에는 수도원이 있고, 와인생산 등 수익사업을 하기도 한다고. 사진 출처는 구글맵 편집.



 

1. 2. 3. 4. 바티칸 박물관

[사진출처 : 위키피디아]

 수많은 종교화가 모여 있는데 무교인 나에게 엄청난 수의 종교화 관람은 사실 고문에 가까웠다. 피렌체 우피치 미술관에서와 마찬가지로 대표작이나 눈이 가는 작품 위주로 마음에 담아오기로 했다.

그림, 종교 문외한이 종교화를 그래도 좀 재미있게 보기 위해선 성경 속 인물들의 상징을 아는 것이 좋다. 성경의 주요사건이나 순교방식에 따라 각각을 상징하는 아이콘이 있다. 문맹자가 많았던 옛날, 성경을 전파하기 위한 방식으로 그림이 사용되었기 때문이 아닐까 짐작해본다. 기억나는 것만 몇몇 적어보자면 다음과 같다. 예수로부터 하늘로 가는 열쇠를 부여받은 베드로의 상징은 열쇠, 거꾸로 된 십자가이다. 사도 요한의 상징은 책, 칼이다. 프란체스코는 걸음마다 자신을 돌아보고 반성한다는 의미에서 허리에 묶은 끈이 아이콘이 되었다. 제롬은 성경을 라틴어로 번역해 책과 필기구를 든 모습으로 자주 묘사된다. 잡생각이 들 때마다 돌로 가슴을 쳤다고 전해져 돌을 들고 있는 모습, 가시 박힌 사자를 구해줬더니 항상 곁을 지켰다고 전해지는 사자가 항상 제롬과 함께 등장한다.

그럼 이제 바티칸 박물관의 대표작 몇몇을 살펴보자.


@라파엘로의 3연작 중 <그리스도의 변모>

라파엘로 <그리스도의 변모>

조반니 벨리니 <그리스도의 변모>


 예수가 제자 몇을 데리고 높은 산에 올랐을 당시 구약시대의 인물인 모세와 엘리야가 나타나고 하느님의 목소리가 들리며 예수가 성스러운 모습으로 변한 성경의 내용을 담고 있다. 라파엘로의 탁월함은 같은 주제를 다룬 다른 화가의 그림과 비교해 볼 때 빛을 발한다. 비슷한 시기에 그려진 조반니 벨리니의 그림과 비교해보자. 라파엘로의 그림에서, 보다 역동적인 느낌을 받게 된다. 실제로 거대한 화폭을 올려다보면 화폭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건에 금방이라도 빠져들 듯 하다. 등장인물의 시선과 손짓이 이루는 삼각형 구도는 이런 역동성 가운데서 안정감을 준다. 명암처리는 꼭 사진편집에서의 로모효과 같다.

 

@까라바조 <입관>


 피렌체 우삐치 미술관의 메두사 이야기에 등장했던 바로 그 까라바조다. 술을 마시고 행패를 부리다 감옥에 가면 그를 아끼는 귀족들에게 그림을 그려주고 풀려나기가 일상이던 난봉꾼이었다고 한다. 이후 우발적 살인으로 도망생활을 하다 죽은 천재화가. 하느님이 그에게 천재적 재능을 부여해주는 데 너무 치중한 나머지 사회적응 능력치 채워주기를 깜빡하셨던 모양이다. 난봉꾼 기질 탓에 부정적 평가를 받는 화가임에도 바티칸 박물관에 그의 그림이 떡하니 걸려있는 것을 보면 그의 재능이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것이었음을 추측케 한다.

 까라바조는 극 사실주의를 표방한 화가였다. 죽은 예수의 잿빛 얼굴, 더러운 발톱, 비탄에 빠진 인물의 표정이 마치 철저히 고증된 한 편의 연극을 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실제로 까라바조는 극적인 느낌을 살리기 위해 항상 그림의 배경을 검게 칠하고 조명효과를 준 듯 빛이 한 방향에서만 오는 듯 보이도록 명암을 표현 했다고 한다.

 

@다빈치 <성 히에로니무스>


 누더기를 걸치고 앙상한 뼈를 드러낸 주인공은 손에 돌을 쥐고 있고, 옆에는 사자 한 마리가 개라도 되는 양 온순하게 앉아있다. 그렇다. 성 히에로니무스는 성경을 최초로 라틴어로 번역한 제롬을 가리킨다. 화폭에서 제롬을 둘러싸는 직사각형을 그리면 황금비율에 가까워진다고 한다. 제롬의 앙상한 몸에서 우리는 당시에 불경스러운 것으로 여겨졌을 화가의 해부학 지식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동시대를 살았던 천재 3인방 가운데 미켈란젤로나 라파엘로의 작품에서 예술적 감수성이나 격정이 읽히는 것에 반해, 다빈치의 작품에서는 비례와 조화에의 강박, 이성과 절제 같은 것들이 먼저 느껴진다. 자연관찰을 즐기고 수많은 발명품을 만들거나 구상했던 것을 보면, 다방면에서 종합적 천재였던 그에게 그림은 실험이나 구상을 위한 방편에 불과했던 게 아닐까? 다빈치의 작품에 미완성작이 많았던 이유에 조금은 수긍이 간다.

 


@라파엘로 - 서명의 방 중 <아테네 학당>

 교황 율리우스 2세가 라파엘로에게 그림을 그리도록 했던 서명의 방 4면에는 각각 4대 학문인 철학, 미학, 신학, 법학을 상징하는 그림이 있다. 철학을 상징하는 <아테네 학당>은 서명의 방 그림들 중 가장 유명하다. 이상주의자였던 플라톤은 하늘을, 현실주의자였던 아리스토텔레스는 땅을 가리키고 있다. 그리스 문명의 여러 신학자, 철학자, 수학자들도 그림에 등장한다. 등장인물이 많아 번잡한 느낌을 주기 쉽지만 라파엘로가 빈번히 사용한 삼각구도로 정리된 느낌을 준다. 돔 형 건물의 소실점이 모이는 지점에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를 세워 이상이냐, 현실이냐하는 철학의 근본 논쟁을 일깨워주고 있다. 빈 벽을 두고 이런 설정과 구도를 생각해낸 것에 감탄해 잠시 넋을 놓고 서성서성 했다,

그 외에 미학을 상징하는 <파르나수스의 신과 뮤즈>, 신학을 상징하는 <성체논의>, 법학을 상징하는 <기본적인, 신학적인 덕목 그리고 법>이 나머지 벽을 장식하고 있다. 고전과 인문주의를 강조한 르네상스 시대에 제작되어 그리스 신화 속의 인물들, 그리스 문명의 학자들이 빈번히 등장한다.




1. 2. 3. 4. 시스티나 예배당

 3 신성과 인성이 교차하는 바티칸 시국⑵ 에서 이어 연재하기로 한다.





#Canon, EOS100D


#광화문역, 한국프레스센터


맑은 하늘을 배경으로 프레스 센터 건물이 높게 솟았다.


건물벽에 세개의 점이 꼬물꼬물 움직인다.


자세히 보니 건물외벽청소부가 줄 하나에 의지한 채 일을 하고 있다.


번화한 거리를 무심히 지나는 사람들과 동떨어져 벽을 오르내리는 모습이 낯선 존재처럼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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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non EOS100D


# 서울시립미술관 뜰


혼자 출사나왔다가 미술관 뜰을 지나는 길에 여름에 찍었던 사진이 생각나 한 컷 찰칵.


풀이 무성하던 자리에 휑하니 지푸라기 같은 것만 남았다.


겨울이 다녀간 자리.

풀만이 아니라 동글이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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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anon EOS100D


# 서울시립미술관 뜰


겨울이 채 가시지 않아 가지만 앙상한 나무들 뿐이다. 사진 찍을 맛이 나지 않는다.

한 손에 든 도넛을 베어물며 성의 없이 다른 한 손으로 카메라 셔터를 누른다.


뜰 곳곳에 청동상이 서있다.

눈이 없어 볼 수 없고, 귀만 쫑긋 선 채다. 어떤 녀석은 고개마저 숙이고 있다.


귀를 쫑긋 새우고 주변을 살피지만 목도한 것을 봐도 못본 척 해야하는 소시민, 우리의 모습 같다.


날아가던 새의 똥을 맞고도 말없이 가만 섰는 모습이 더욱 애처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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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anon 100D


# 올림픽공원, 나홀로 나무


사용하던 NX mini 처분하고 세계에서 제일 작다는 DSLR로 갈아탔다. 왜 사람들이 DSLR 타령을 하는지 좀 알겠기도.



3월 초 꽃샘추위가 한창일 무렵 올림픽공원을 찾았다.

잔디 보호를 위해 출입을 통제하고 있어 마침 나무주변에 사람이 아무도 없을 때 찰칵.

주변의 고층 건물, 자잘한 나무들을 제하고 찍고 보니 여백 가득하고 정적인 풍경 사진이 되었다.


꼭 내 휴학라이프 같다.

조금 외롭지만 잎도 지지 않은 채, 우뚝 서, 봄이 오길 기다리고 있다.


그리고 동글사진보다 내 사진이 더 잘나온것같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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