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니스 여행 셋째날

▲요새에서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니스 해변


 아침을 먹고 니스 구시가지 쪽에 있는 오래된 성채에 올랐다. 계단으로 이루어진 산책로와 엘리베이터를 이용해 오를 수 있었는데 굳이 무리하고싶지 않았기 때문에 엘리베이터를 선택! 정상에 오르니 니스 해변과 니스의 시가지가 한 눈에 들어왔다. 절묘한 위치에, 날씨까지 화창했다. 니스 시가지와 바다 모습을 한동안 바라보고나서 성채를 돌아 내려왔다. 볕이 나니 어김없이 사람들이 몰려나와 하나같이 일광욕을 즐기고 있었다. 마음이 동해 급하게 쇼핑거리에서 나도 적당한 수영복을 사입고 물 속에 퐁당! 니스의 해변은 모래사장이 아니라 돌밭이다. 한걸음 한걸음 디딜때마다 발이 아파왔지만 오랜만의 해수욕이라 마음이 들뜨고 즐거웠다. 작년 유럽 여행때 이탈리아의 나폴리에서 지중해를 봤지만 겨울이라 추워서 해변갈 생각은 하지도 못했는데! 이렇게 첫번째 지중헤엄헤엄을 했다. 이곳 사람들은 헤엄쳐서 바다 저 멀리까지 다녀오기도 하던데, 따로 튜브를 빌려주는 곳도 없고 바다가 급격히 깊어지는 터라 조금 무서웠다.


 

▲화창한 날, 태닝하러 나온 사람들. 수영하는 사람은 아직 별로 없었다.


 퉁퉁이와 30분쯤 놀았을까, 조금 힘들어서 해변가의 돌밭으로 돌아와 몇분 늘어져있는데 금새 어둑어둑 해지더니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종잡을 수 없는 유럽 날씨.. 어쩔수 없이 숙소로 돌아와서 씻고 밥 챙겨먹고 잠깐 눈 붙인다는 것이 딥슬립. ..저질체력 ㅎㅎ 8시가 다되어 일어나 저녁을 챙겨먹고 다시 거리로 나섰다. 특별히 한 것 없이 흘려보낸 하루가 아쉬워 밤거리를 배회했다. 비가 추적추적 내렸지만 개의치 않고 우산하나에 의지해 밤바다를 내려다보며 가지고 나온 와인과 조각치즈를 먹고 마시는 것으로 마무리한 하루.


 

▲마세나 광장의 야경


▲딥슬립기원하는 수와레(soirée)ㅎㅎ 


# 5월 22일 ~ 5월 31일, 일주일이 조금 넘는 알리앙스 방학.

 유학원에서 수업신청을 이상하게 해주는 바람에 보르도 체류기간 8개월을 거의 수업만 들으면서 보내게 생겼다. 도착한지 얼마 안되어 보르도 인근을 둘러보기도 정신없었지만, 길게 여행할 수 있는 기회가 몇번 없을 것 같아 전부터 가보고 싶었던 니스 여행을 하기로 했다. 작년 2월 한달 동안 유럽 여행 당시 함께 했던 퉁퉁이는 지금 독일에서 공부중이다. 정신없는 와중에 퉁퉁이와 틈틈이 연락하며 여행을 계획했다. 조금 버거웠지만 보르도에서 아는 사람 없다고 쓸쓸해질 적마다 퉁퉁이와 함께할 여행을 계획하는게 마음에 위안이 되었다. 5월 21일, 드디어 첫번째 한달간의 수업이 끝나고, 보르도 강축제에서 불꽃놀이를 보고 느지막이 돌아와 다음날 아침 일찍 니스행 기차에 몸을 실었다.



# 니스 도착 첫째

▲니스빌역

 보르도-니스를 잇는 직통열차가 없고, TGV도 없다. 내가 니스에 간 날은 모나코 그랑프리 F1, 깐 영화제가 열리는 기간이었는데, 교통편을 늦게 구하니 가격이 이미 오를대로 올라 비행기표를 구하는 것은 조금 무리인 상황.. . 어쩔수 없이 10시간 동안 기차를 타야했다. 덜컹덜컹철컹철컹 툴루즈-님-아를-몽펠리에-마르세유-칸-드디어 니스 도착!

 에어비엔비를 통해 예약해둔 숙소주인 아저씨와 만나 체크인 후 짐을 풀고 비행기가 연착되어 늦게 도착한 퉁퉁이 마중을 나갔다. 같은 프랑스인데 니스에 도착하니 3G가 먹통이 되었다. 프리와이파이도 잘 없는 이곳 프랑스에서.. (믿었던 숙소 마저.) 희미한 와이파이를 찾아 연락이 닿았지만 지리를 모르는 이곳에서 약속을 정하는 것도 쉽지 않은 상황. 만나기로 한 버스 정류장 이름이 비슷한 장소에 3군데나 있었다. 정류장 의자에 앉아 정신을 놓으려는데 건너편에서 들려오는 반가운 한국말! 맨발에 슬리퍼 신고 나온 내 발을 보고 바로 알아 봤다는 퉁퉁이ㅋㅋㅋ 너무 반가와서 눙물날뻔^*T

 니스에 도착한 첫날은 관광안내소에서 얻은 지도로 지리를 파악하고, 해변가인 프로므나드 데장글래를 좀 걷다 들어와서 파스타 해먹고 zzZal 준비. 니케아의 소파겸 침대였는데, 침대 펼줄 몰라서 인터넷검색하고 30분넘게 씨름하다가 결국 주인아저씨한테 119 쳤다. 네이버 지식인 질문에 있던 "빌어먹을 라꾸라꾸 침대가 안펴져요" 보고 개빵터져서 주저앉아 배아프도록 웃고 ㅋㅋㅋ



#니스 둘째날, 칸영화제 폐막식을 보다

 여독 때문에 느지막이 일어나 마세나 광장 인근의 공원과 니스의 재래시장을 구경했다. 꽃, 채소, 비누 등 잡다한 것을 팔았지만 마트보다 질이 더 좋거나 저렴하다는 느낌은 안들어서 둘러보기만 했다. 전 같이 생긴 거리 음식을 사먹었는데 no맛.. 대형마트로 발길을 돌려 먹을만한 와인이랑 고기, 야채를 사와 배를 채웠다.

▲재래시장 끝에서 모자파는 모자쓴 흑인아저씨. 뭔가 그냥. 느낌 좋아서.

▲마세나 광장 인근의 분수 공원. 보르도의 거울분수와 비슷하지만 조형미는 거울분수가 쵝오bb라고 자부한다.

 전날 흐리던 날씨가 맑아지니까 그동안 어디에 숨어었던지, 사람들이 너나없이 몰려나와 태닝을 하고 있었다. 비키니를 준비하지 않은 것에 후회가.. 밀려..왔다........ 점심을 후딱 먹고 적당히 비치웨어를 맞춰 입고 깐 행 기차탑승! 느린 기차로 40분 정도 되는 거리인데, 내리자 마자 갑자기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게 아닌가! 입고온 비치웨어가 무색해져 버렸다. 해변도 연이은 행사탓인지 물이 더러웠다. 발만 담구고 해변에 잠시 누웠다가 터덜터덜 영화의 전당으로 향했다. 도착하니까 이미 끝나버린 스타들의 입장식. 우리 왜이래ㅋㅋ; 아쉬운대로 레드카펫 앞에서 대형스크린에 중계해주는 페막식을 봤다.


 유명한 국제 행사라 기대를 했었는데 영화제 기간동안 주요 영화상영은 영화관계자들에게만 개방된다고 한다. 일반인들은 해변영화제나 레드카펫에서 손 흔드는 스타들, 혹은 거리를 지나는 스타들을 보는 정도가 전부. 폐막식인 시상식 행사에서 아시아인은 거의 찾아 보기 힘들었고 뭔가 소외받는 기분이었다. 엘리트주의, 서구중심주의 심한 행사인 것 같았다. 잘난 무리가 저 잘났다고 자기네 끼리 놀때 이에 대처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우리끼리 더 재밌게 노는 거라고 생각한다. 잘난 무리가 "잉?뭐지?"하고 뒤돌아 보게끔. 뭔가 아시아인으로서 우리끼리 더 잘 노는데 기여하고 싶어졌다. 유학와서도 서구인들의 아시아에 대한 무관심, 신비한 대상 정도의 몰이해를 종종 경험한다. 나도 서양사람들을 완벽히 이해하지는 못하지만 적어도 노력은 하는데!. 이런 태도들이 유학생활을 더 외롭게 만들고는 한다. 



# 유럽여행, 껍데기는 가라

 폐막식이 끝나고 다리도 아프고 날이 흐려서 그대로 니스로 돌아왔다. 알고보니 영화의 전당 뒷편으로 구시가가 더 있다고. 미련없이 패스. 집에 돌아와 요리하던 도중에 휴가왔다는 옆방 이탈리아노 아저씨가 문을 두드리며 자기도 집대여하고 싶다고 Airbnb에 대해 이것저것 물었다. 아직 힘겹지만 프랑스어로 열심히 설명! 많이 늘고 있는 것은 틀림없는 것 같다.

 니스에서의 둘째날은 그닥 인상적인게 없었지만, 퉁퉁이와 유학생활 고충, 가족, 진로, 미래 등등 두런두런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문득 우리가 작년 유럽여행때와는 완전히 달라졌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는 관광지나 기념물 뭐 하나라도 더 보려고 하루종일 정신없이 걷고 보고 듣고 했는데, 각자 유학생활에 조금 익숙해진 지금의 우리는 더 차분하고 여유로웠다. 그때의 우리가 유럽이 입고 있는 껍데기를 보았다면 지금의 우리는 유럽의 알맹이에 조금 더 가까워 진 것일 지도 모르겠다.

▲푸짐한 저녁. 식비아껴 숙소비에 다썼다고 합니다ㅇㅇ



여행지 길찾기 유입량이 좀 되는 거 같아 도움이 되고자 몇자 적어본다.

[니스에서 깐 찾아가기Tip]

1. 니스빌역에서 깐행 보통열차로 3~40분 소요, 편도 5유로

2. 관광안내소에 물어보면 버스도 있으나 1~2시간 소요된다고 한다. 버스타고 해변 관람 하고 싶은게 아니라면 기차를 이용하자.

* 니스 관광안내소 무척 잘 되어 있으니 꼭 활용해서 즐거운 여행하시길.!




# 보르도생활의 수호천사, 징위

 보르도에 도착해서 한 달째의 수업을 마치는 날. 이제 떠나는 친구들도 있고 마침 갸론강 축제 개막식으로 불꽃놀이(Le feu d'artifice) 행사가 있다는 소문. 이때다 하고 반에서 놀기 좋아하는 에스파뇰 친구가 피크닉을 제안했다. Pourquoi pas! 안갈거 뭐있어! 다음날 독일에서 공부하는 퉁퉁이와 니스여행을 하기로 해 아침 기차를 타야했지만 불꽃축제가 있다는 말에 구미가 당겼다. 집에 가서 후다닥 여행짐을 챙겨두고 약속장소로 향했다.

 짐챙기느라 피크닉때 먹을 저녁을 준비 못하는 바람에 꺄르푸에서 서성서성하니까 징위가 많이 준비했으니 자기 도시락을 나눠먹자고 한다. 징위는 나보다 연배가 좀 있고 내성적인 편인데, 대부분 20대인 알리앙스 학생들 틈에서 마음맞는 사람을 찾기가 쉽지 않겠구나 싶다. 그래도 나에게는 늘 먼저 선뜻 도움을 주곤 하는 고마운 친구다. 은행계좌 여는 문제에서부터 보르도3대학과 기숙사 사무실 위치 안내까지, 곤란한 일마다 징위의 도움으로 적응을 좀 더 빨리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보르도 경영대에서 석사를 마치고 계획을 바꿔, 프랑스어를 익혀 이곳에서 일하고 싶다는 징위. 나이나 결혼문제에 구애받지 않고 도전하고 늘 열심히 하는 모습을 마음으로 응원한다.




# 친구들과의 피크닉

 약속시간이 한참 넘어 느지막이 나온 친구들.. 강변 한 구석에 자리를 잡고 각자 가져온 음식들을 나눠 먹었다. 맨손으로 갔지만 친구들의 피크닉 준비에 무임승차해서 레드와인이랑 호제와인도 마시고 크림치즈랑 체리도 먹었다. 후후후후. 양심에 털났지만 배부르고 만족스러운 저녁 ㅎㅎ.

 보르도에 도착한 두번째주 금요일에도 에스파뇰 친구가 제안한 갸론강변 바의 저녁 모임(Soirée)에 갔었더랬다. 심심하게 혼자 집에서 보내는 주말이 싫은 마음이 불어로 나누는 대화에 대한 두려움을 이겼다. 처음에는 좀 어색하기도 하고 나 빼고는 다들 불어를 잘 하는 것 같은 마음에 꿀먹은 벙어리처럼 있었지만 맥주가 한모금 두모금 들어가고 강가로 노을이 지는 모습을 보고 분위기에 취해 친구들과 유쾌하게 웃고 떠들다 집에 돌아왔던 기억. 그 수와레 이후 불어로 말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많이 줄어들었다. 바르고 정확한 표현이라는 틀에 나를 가두지 않고 상대와의 소통이라 생각하고 대화하려고 노력하다 보니 회화가 좀 더 자연스러워 졌다. 보통은 술자리가 되기때문에 매번 나가지는 않지만, 이번 처럼 다같이 모이는 자리에는 빠지지 않고 가려고 노력하고 있다.

- 한국인 친구가 준비한 셀카봉으로 행복한 셀피타임! 이걸들고 사진찍는 모습이 우스운지 주변에서 모두 신기해하는 표정이었다. 그러고보니 정말 셀카봉을 프랑스와서 한번도 본적이 없긴하다. 팔면 잘팔릴듯? ㅎㅎ


- 해가 지니까 깽꽁스 광장에 있는 놀이기구에 불이 들어왔다. 처음 보는 모습!




#축제의 서막, 불꽃놀이

 보르도는 해가 9시부터 지기 시작해서 10시가 넘어서야 완전히 어둑어둑해진다. 시계 보지 않고 다니다가 저녁 시간 놓치기 일쑤. 프랑스 사람들이 늦은 저녁을 먹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해가 완전히 넘어가고, 사람들이 강변에 점점더 많이 모이기 시작하더니 불꽃 축제가 시작됐다. 보르도 갸론강변을 걷다보면 여러개의 아치로 이루어진 구식 다리인 삐에르 다리와 여기서 조금 떨어진, 현대식 구조의 샤벙델마 다리를 만날 수 있다. 샤벙델마 다리에서 부터 붉을 밝힌 큰 배 하나가 유유히 나타났다. 그러더니 배에서 불꽃을 쏘아 올리기 시작했다. 큰 배가 불꽃을 모두 소진하자 그 뒤를 이어 다양한 디자인의 돛과 서로 다른 이름을 가진 돛단배들의 행진이 이어졌다. 보르도는 18~19세기 해상무역으로 돈을 벌던 항구도시라고 하는데, 아마 그 당시의 선박회사들 이름이 아닐까 추측해본다.


- 멀리 보이는 것이 샤벙델마 다리. 자세히 보면배들이 지나칠수 있게 다리가 들려 있다.

-배에서 쏘아 올리는 불꽃 움짤ㅎㅎ 펑펑 터지는 소리랑 분위기가 정말 좋았다.

-

- 불꽃을 모두 소진하고 삐에르 다리 쪽으로 향하는 배.

-그 뒤를 따르는 작은 돛단배들.



-사진기를 들어 올리는 사람 연인을 끌어 안는 사람. 모두 얼굴에 미소를 띠고 있던 행복한 순간, 포착!



 일주일동안 이어진 보르도 강축제에는 장터도 열리고 영화 상영도 하고 했다고 한다. 나는 개막식만 보고 보르도에서 처음으로 만원 트램을 타고 12시가 넘어 돌아와 다음날 8시 기차를 타고 무사히 니스로 갔다고 합니다. 이만 굳밤!










# 캐논 100D


# 할 일 없는 주말, 보르도 시내


 내가 보르도에 도착한 5월은 노동절이다 예수승천일이다 뭐다 해서 휴일이 정말 많았다. 아직 고정적으로 만나는 친구도 없던 때여서 방안에 우두커니 있다가 카메라를 챙겨 길을 나섰다.


 서울에 한강이 있다면 보르도에는 갸론강이 있다. 무작정 강으로 가보기로 했다. 마침 트램이 고장나서 옆에 앉았던 아주머니께 말을 붙였다가 동행하게 됐다. 갸론강쪽으로 가는 길이니 함께 가잔다. 신상, 국적, 남한과 북한의 관계.. 잡다한 이야기를 하다 바까랑(ㅋㅋ?) 다리 pont bacalan 앞에서 내려 강을 따라 보르도 명물인 거울 분수까지 걸었다. 그러다 마음에드는 골목을 발견해 지도는 가방 한켠에 넣어두고 발 닿는대로 걸었다.


 쭉 뻗은 길도 좋지만, 좁고 굽은 길을 보면 미로마냥 신비로운 것이 기분 좋다. 본능적으로 카메라를 들어 셔터를 여닫는 찰나, 예쁘게 차려입은 아랍 아주머니가 찍혔다. 알게된 지 얼마 안된 사실인데 사진 찍는 게 이슬람 율법에 어긋나는 일이라고 한다. 카메라를 발견하셨던지 한 손으로 얼굴을 가린 모습이 찍혔다. 아주머니 덕분에 뭔가 더 신비로운 사진이 되었다.


ps.이슬람 여자들을 종종 거리에서 보게 되는데 히잡을 비롯한 스타일이 정말 예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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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르도의 도서관들
 보르도에 도착해 여러 활동에 참여하고는 있지만 모두들 쉬는 주말이 되면 할 수 있는 일이 얼마 없다. 집에서 놀자니 가재도구와 노트북 뿐이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사진찍기에도 이골이 나려는 무렵. 한국에 있을 때 심심할 때면 도서관에 놀러가던게 생각났다. 여기도 당연히 도서관이 있을 거란 생각에 무릎을 탁!

 샤또 투어 이야기에서도 썼지만 보르도는 아끼뗀 주의 주도다. 매우 큰 도시라는 이야기. 보르도 중심가에 우리나라로 치면 시립도서관 정도 크기의 MERIADECK(메리아덱) 도서관이 있고, 동네마다 구립도서관 크기의 작은 도서관이 9개, 평일에는 이동도서관도 열린다. 회원가입을 하면 도서 15권, 음반 15장, DVD 5장, CDrom 5개를 한달 동안 대여할 수 있다. 연장은 2주 단위로 두번까지 가능! 넉넉하다. 

 가입비는 9.5유로ㅠ. 만 26세 이상 부터는 12.5 유로. 도서관 내부 열람은 가입할 필요가 없다. 프리 와이파이도 빵빵! (유럽 여행할 때 맥도날드만 찾고 왜 도서관 생각은 못했나 모르겠다) 9월부터 보르도 대학부설 어학원 수업을 들으면 대학도서관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어서 처음에는 가입을 망설였다. 하지만 할일 없는 주말 DVD를 잔뜩 보려는 꿈에 부풀어 프랑스 교보문고인 fnac에서 dvd롬을 구입하고 도서관 회원 가입도 했다. 영어나 프랑스어 자막/더빙 뿐 인 것은 함정 ㅎㅎ

-가입을 위해 필요한 서류-
1. 산분증(여권, 체류증 등)
2. 거주 증명서
3. 가입비


# 우리동네 도서관 Grand Parc
 나는 트람 C선의 Grand Parc 역 인근 아파트에 살고 있다. 구글링해보니 집에서 가장 가까운 도서관은 그랑팍 도서관. 집에서 걸어서 15분 정도 걸린다. 뒤에서 소개하게 될, 시내 중심가의 메리아덱 도서관 보다는 규모가 훨씬 작고 장서도 적은편이다. 그치만 아늑한 동네 사랑방 느낌. 한국에 있을 때 도서관이나 카페에서 노트북 두들기고 책보고 하던 것과 가장 비슷한 느낌을 줘서 종종 찾는다.
 이곳에서 회원가입을 하고 예전에 재밌게 봤던 영화DVD들을 골랐다. 기분내려고 마그리트 뒤라스의 연인(L'amant)도 빌려보고 ㅎㅎ. 긴 글을 읽는 건 아직 어렵기 때문에 주로 사진집이나 그림책을 빌려오는 편이다.


 

 DVD를 고르다 문득 고개를 드니 무슨 글귀가 새겨져 있다. "언론의 자유는 우리가 그것을 사용하지 않을 때 쇠하고 만다." 책이 있는 또 다른 벽면, "거대한 질서 속에는 항상 작은 무질서함이 있게 마련이다.-라이프니츠". 가벼운 격언이지만 한번 쯤 되새겨 보게된다. 음.. 도서관다운 디자인이다. 그러고보니 홈스테이집 내 방에도 한 쪽 벽면에 글귀가 새겨져있다. "인생은 우리가 바라는 대로 살지 않을 때 쉽게 잃어가는 것인 고로…(Car la vie est un bien perdu quand on ne l'a pas veçu comme on aurait voulu…)" 별 뜻 없이 넘길 수 있는 가벼운 인테리어지만, 보르도에 도착하고 처음 한 두주 우울해하며 방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 문득 발견하고 정신 차리게 해준 고마운 글귀다. 

 



# MERIADECK 도서관과 지갑 분실 사건

 트램 A선 Meriadeck 역에 내려 조금 걸으면 cours du maréchal 거리에 메리아덱 도서관이 보인다. 크다. 엄청 크다. 도서관이라고 자전거 주차장 덮개도 유명한 책의 한페이지로 장식 돼 있다. 날이 좋아 유리 건물이 하늘을 그대로 담고 있었다.

 

- 입구에 들어서면 보안요원이 가방 검사를 한다. 주로 이용 하는 층은 DVD가 있는 2층이나 공부방이 있는 3층.

 

- 책보고 있으면 구름 이동에 따라 해가 났다 가렸다 반복하는데, 고즈넉해 마음이 편해진다. 너무 할머니 같나?ㅋㅋ 

- 지난 1월 샤를리앱도 테러사건이 일어나고 시간이 좀 흘렀지만 아직도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는 문구,"Je suis Charlie(나는 샤를리다)"

 

- DVD 관람실, iPAD도 완비!

- 보르도 도서관은 각종 문화행사를 구비하고 있다. 사진전 부터 미니 음악회까지. 오늘은 백발 할아버지의 쉐낏쉐낏 디제잉.


 메리아덱 도서관을 소개하고 싶어서 마음먹고 카메라를 챙겨간 날이었는데, 덕분에 짐이 많아 정신없는 바람에 지갑을 잃어버렸다. 멘붕..!!!!!!!! 구석에 있던 검색대 사용하고 두고갔다가 30초도 안돼 뛰어 돌아 갔는데 이미 사라져 버린 지갑.. 당황하니까 갑자기 생활불어가 엄청 빠르게 나왔다. 감시카메라 확인 불가하냐는 등 내가 생각해도 말도 안되는 엉뚱한 요구로 쪼끄만 아시아 여자애가 묻고 또 물으니 직원들이 0층 안내 데스크에 바래다 줬다. 다행히 누군가 맡기고 간 내 지갑.. 물과 몇분 사이에 일어난 일이었는데 너무 놀라서 다리에 힘이 탁 풀렸다. 아직 은행 계좌를 열지 못해서 당장 카드가 없으면 생활이 어려워질 것이었기 때문에.. 교통권도 들어있고 휴. 이놈의 정신머리.
 보르도는 살만한 동네구나. 하고 마음을 가라앉히고 마저 공부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트램 안. 지갑을 가만히 보니 동전을 제외한 현금이 몽땅 사라졌다! 20유로 정도 있었던 것 같은데. 지갑 깜빡한 몇초의 대가가 몇일치 식료품 비라니. 어떻든 찾아서 다행인 것을 그새 마음이 달라져 지갑 집어간 사람이 미워졌다.

 홈스테이집이 급하게 바뀌어서인지 정말 심하다 싶을 정도로 신경써주지 않을때가 많다. 초반에는 한마디라도 더 나누고 친하게 지내려고 저녁 식사 시간을 맞춰보기도 하고 먼저 말을 건내기도 했지만 그만 포기.. 빨래라도 제때 돌려주고 설거지 미루지만 않아도 다행이라 여기게 되었다. 고양이가 아무때나 방문열고 들어오거나 날뛸때마다 옆방 사는 딸이 벤쀠까!!!!!!하고 소리쳐대는데, 이제는 녹음해뒀다가 모닝콜로 써야겠다는 엉뚱한 생각을 하며 넘기게 되었다. 초반부터 불편한 홈스테이 생활도 앞으로의 7개월에 면역을 주는 일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이번 지갑 사건도 잃은 돈은 아깝지만 정신 똑띠 챙겨서 더 큰 손해보지 말라는 신호라 여기며 넘기기로 했다.




# 알리앙스 프랑세즈 반배정과 대체수업

 보르도 알리앙스 프랑세즈에 입학하기 전 반배정 문제지를 풀어 보내고 처음으로 배정 받은 반은 B1.2반! B1은 이미 통과했지만 문법과 단어, 독해력으로 승부를 봤던 시험이었기 때문에 내가 생각하기에도 말하기나 듣기, 쓰기 실력이 완벽하게 B1 정도라고 보기는 어려운 것 같다. 그래서 별 불만 없이 공부하고 있다.


 이번달에 B1.2반에 배정된 선생님은 파리에서 나고 자라 대학도 파리에서 나온 파리지엔느, 나타샤! 솔직하게 말하면, 아직 경력이 짧아서인지 강의력은 조금 떨어지는 것 같다. 한국에서 공부할때 대학교 원어 교수님들 강의력이 좋아서 이런 생각이 드는 걸지도 모르겠다. 여튼, 나타샤가 휴가 떠나기 전 마지막 수업을 'Artisan(수공업 장인)의 Atelier(아뜰리에)에 방문해 인터뷰하고 조별 보고서를 제출'하는 것으로 대체했다. 대학에서 조과제 할때면 이런저런 이유로 골머리 앓기가 일쑤라 나타샤의 대체수업이 전혀 반갑지 않았다. 그치만 막상 아뜰리에를 방문하니 생소한 직업 세계를 엿볼 수 있어 흥미로웠다. 내가 언제 현악기 아뜰리에를 방문해 그 장인과 이야기해 볼 일이 있겠나 싶은 생각에 초등학교 갓 입학한 1학년으로 돌아간 마음으로 열심히 이것 저것 물었다.



# 현악기 아뜰리에, Gilles Braem


 Gilles Braem의 아뜰리에에서 만난 장인은 Monsieur Roland, 홀랑 아저씨! Luthier(현악기 장인)와 관련된 단어들을 찾아 미리 준비해간 질문들을 던지고 일터를 둘러보았다. 무언가 제작하는 일이 좋아 이 직업을 택한 뒤, 10대 때 3년 6개월 동안의 apprentissage(도제 수업)를 거쳐 Gilles Braem에서 일하게 되었다고 한다. 보르도에 몇몇 분점을 가지고 있고 여기서 만들어지는 악기들은 유럽뿐아니라 한중일 등 아시아 지역에서도 팔린다고 한다. 직업음악인들을 위한 악기는 무려 7-8000유로, 천만원을 호가한다고! 이 곳에서는 음악가들의 현악기 유지보수 업무도 하고 있다. 이 직업의 장점이 뭐냐는 질문에는, 공짜 연주회 티켓 얻는 것과 내가 만든 악기를 사용하는 연주자를 지켜 보는 것이라며 웃는 홀랑 아저씨 ㅎㅎ. 좋은 현악기를 만드는 일에 대해 아저씨가 가지고 있는 담백한 자부심과 만족감이 느껴졌다.

 

-무슈 홀랑 왈, 모든 현악기는 사람과 마찬가지로, 같은 것이 없으며 저마다 미묘한 특징을 갖는다.

-정말? 다 똑같이 생겼는데..



#무엇을 배웠나

 3-40분간의 인터뷰를 마치고 돌아와 조별 레포트 작성시간. 교재인 Alter ego B1의 3단원에는 직업과 관련된 다양한 어휘와 텍스트가 제시되고, 문법파트에서는 간접화법의 시제변화를 다루고 있다. 파트를 분담해 녹음해온 홀랑 아저씨의 이야기를 간접화법으로 바꾸어 요약하고 보고서로 작성했다. 보르도 경영대에서 공부한 Jingyu가 주도적으로 할 일을 나눠줘서 보고서 작성이 생각보다 빠르게 진행되었다. 완벽하진 않지만, 직접 작성한 인터뷰 보고서.

 한국에서는 이런 체험형 수업 방식이 초등학생 때 한 두 차례 있거나 그나마도 효율을 위해 축소되어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반오십이 되어 다시 경험해보니 생각보다 정말 유익한 수업방식이다. 책상앞에 앉아 코박고 공부할때와는 달리 다른 세상을 보게되고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사나 한 번더 생각해 보도록 한다. 간접화법과 직업관련 단어 습득은 덤.

 낯선사람과 마주쳐도 항상 인사하고 또 노상 잘지냈냐는 인사를 하는 이곳, 찾기만 한다면 대중들이 참여할 수 있는 예술분야의 다양한 문화행사가 끊이지 않으며, 대중교통마저 운행않는 휴일이 존재하는 이곳. 초고속 인터넷이나 초고속 배달 문화도 없고 뭔가 하려할 때마다 가져오라는 서류들 때문에 골치아프기 일쑤지만, 오랜 시간 '가치'에 대한 이들의 고민과 그것들이 녹아난 생활을 직접 경험하게 될때마다 기분이 참 묘해진다.

 몇몇 지인들은 프랑스 어학연수를 간다고 하면 파리나 리옹 등 아는 대도시 몇군데를 대며 왜 그곳이 아닌지 조금 의아해 하는 반응을 보이고는 한다. 파리에 가지 못한 것에 조금 아쉬움이 남기는 하지만 보르도를 고른 것에 후회는 없다. 프랑스는 지방분권화가 무척 잘이루어져 문화생활, 교통, 쇼핑, 교육 등 생활면에서 대도시에 비해 조금도 부족한 점 없기 때문이다. 길거리에서 팡팡터지는 초고속 인터넷이랑 팔팔 끓인 된장찌개, 매운 떡볶이가 벌써 그리운 요즘이지만 프랑스 특히 보르도에는 이 모든 그리움을 상쇄할만한 매력이 있다.


 



 보르도 알리앙스 프랑세즈는 수업이 있는 모든 날 방과후에 문화체험 프로그램을 준비해두고 있다. 작게는 자막이 있는 프랑스영화 상영부터, 프랑스 요리 아뜰리에나 Grand Théâtre(오페라하우스) 방문 등 다양한 활동들이 한 달 단위로 계획되어 있다. 보르도에 도착해 처음 사귄 중국인 친구, Jingyu(징위)의 제안으로 샤또투어를 신청하게 됐다. 일반 투어은 테마 별로 6유로 부터 2~30유로 까지 다양한데, 알리앙스가 제공한 투어는 5유로에 샤또와 와인저장고인 셰 등을 가이드와 함께 둘러보는 간단한 투어로 시간적/금전적 부담이 없어 망설이지 않고 신청할 수 있었다.


보르도는 남서부 그러니까 한국으로 치면 전라남도쯤 되는 위치에 자리잡고 있다. 발품 팔아본 결과 행정구역상 보르도는 그리 큰 편은 아니다. 그치만 아끼뗀 주의 주도로 인근지역의 생활중심지 역할을 하고 있다. 또 사람들은 보르도 중심지(Centre-Bordeaux)를 둘러싼 인근 포도주 생산지를 통틀어 보르도라고 부른다. 


- 파란 표시가 보르도 중심가. 중심가를 기점으로 3개의 트램 노선이 펼쳐져있다. 버스는 배차간격이 커서 트람이 고장났을 때가 아니면 이용하지 않는다.  


 우리나라의 성씨에 저마다 본가, 가문이 있는 것과 비슷하게도 프랑스의 포도주에도 가문이 있다. 바로 샤또라고 불리는 포도주 생산지다. 다양한 포도주의 가문인 '샤또 Château'는 불어로 중세의 성이나 저택을 의미하는 데, 실제로 보르도에 위치한 유서깊은 샤또들은 몇백년 전부터 포도를 재배하고 포도주를 생산해왔다고 한다. 내가 첫번째로 방문하게된 샤또는 위 지도에서 자주색 부분 Haut-Medoc(직역하면 높은 메독)에 위치한 샤또 뒤 따이앙! 메독 지역이 완만한 경사지대라고 하는데 그 중에서도 지대가 높은 지역에 위치하고 있는 모양이다. 



 그럼 이만 설명은 줄이고 비루한사진 감상 시간 ㅎㅎ 포도주 무지랭이지만 아는 바를 영혼까지 끌어 모아 적어본다.

-쾌청한 보르도 날씨! 따로 포도밭은 안보여줘서, 아쉬운대로 줄지어 선 아기 포도나무들 구경.


- 가이드 투어 시작. 열심히 듣는 알리앙스 학생들

- 가이드 언니 : 어서와. 이런덴 처음이지? 너네 지금 딱 서있는 여기가 바로 16세기에 지어진 와인셰(셀러,저장고)야.


- 와인 저장통만 최근 거고, 이 건물은 16세기 그대로야. 좀 서늘해. 벽이 더럽지? 습기 차서 버섯까지 폈어.

- 우리가 청소하기 싫어서 그런거 절대아니고. 이 버섯핀 오래된 벽이 문화유산으로 지정돼서 리모델링 불가야. 와인

에는 버섯 안피니까 걱정마^^*


- 포도를 착즙 및 가공하는 설비들이야.

- 알리앙스 학생일까? 불어 설명이지만 열심히 듣는 에스파뇰 아주머니!


- 긴 설명 듣느라 수고 했어. 자, 그럼 한잔시작할까? 처음으로 마시게 될 와인은 La Dame blanche 라 담 블랑슈(블량슈 아줌마), 화이트와인이지. 다 마셨으면 레드와인도 맛 보도록 해.

[코멘트] 와인 무지랭이라 처음으로 마신 화이트 와인은 라담 블량슈가 되었다. 레드와인 보다는 포도주 특유의 떫고 강한 맛이 좀 더 옅고, 대신 꽃? 과일? 이라고 해야하나, 여튼 더 여성적이고 부드러운 맛이 난다. 스테이크 보다 가벼운 다른 식사를 할때 곁들이면 좋을 것 같다. 

- 첫번째는 demi-bouteille(드미 부테이유, 반병), 두번째는 bouteille(부테이유, 한 병), 세번째는 magnum(마그넝, 큰술병), 네번째는 double-magnum(두블 마그넝, 큰큰 술병) 그리고 네번째는 géroboam(제호보앙, 큰큰큰 술병) 이라 불려. 우리가 평소에 마시는 건 두번째, 부테이유야.

[코멘트] 프랑스어 듣기 실력을 늘리려고 DVD를 빌려다 보는데, 영화에샤또 투어때 본 두블 마그넝 크기의 와인병이 등장해서 반가웠다. Coco avant Chanel(샤넬이 되기 전의 코코)이라는 영화였는데, 파티 장면에서 주최자가 와인을 나누어 줄때 큰 와인병, 아마도 두블 마그넝?이 등장한다


- 징위가 찍어준 기념사진ㅎㅎ

와인 저장고를 둘러보고 포도주 시음 까지 마치면 포도주 쇼핑 시간이 찾아온다. 집에 사다둔 포도주 한 병이 있어서 망설이다가 구입하지 않았는데, 돌아가는 길에 저마다 손에 한 병씩 들고 있는 것을 보고는 조금 후회가 됐다. 방문한 샤또의 포도주 맛이 나쁘지 않다면 사다두고 마시며 추억을 되새기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어렸을 때 방문했던 제주도 감귤 농장이 생각 났다. 농장 둘러보고 귤, 한라봉, 동충하초(??) 분위기에 휩쓸린 강매 ㅎㅎㅎ.


마지막으로, 무지랭이가 알려주는 보르도와인을 고르는 작은 팁! '보르도 와인은 빈티지를 많이 탄다'고 한다. Vintage 빈티지는 패션계에서 의도된 비루한 차림이라는 의미와는 거리가 멀고, 해마다 수확된 포도의 작황에 따른 품질을 의미함.ㅎㅎ '빈티지가 좋다'고 하면 수확된 포도주의 품질이 좋은 포도주를 생산하기에 적합하다는 의미가 된다. 아래 사진은 산지에서 직송하는 보르도 레드와인 빈티지 분류표 영문본!. 최근 와인 중에서는 2008~2010년 와인이 좋은 빈티지다. 이 외에 가볍게 좋은 포도주를 고르고 싶다면, 보르도 시내 곳곳에 위치한 거대한 와인전문 판매점을 찾아가 가격대를 정하고 추천받을 수 있다. :D


 그 밖에, 샤또 투어 정보는 보르도 관광안내소가 대부분 주관 하고 있다. 단체로 가는 경우가 많지만, 개인적으로 예약하고 찾아가는 방법도 있다. 다음번 샤또 투어 때는 같은 방식으로 생산되지만 서로 다른 빈티지를 맛보는 버티컬 테스트, 같은 빈티지이지만 다른 방식으로 생산되는 와인을 비교해보는 허리즌털 테스트를 경험해보고 싶다.





 


# 생활터전이 된 보르도 감상


 보르도 시내 중심가에 위치한 트램B선의 감베따역에 내릴때마다 목적지는 잠시 잊고 곧장 큰 나무와 대성당의 존재감에 압도된다. 유럽 여행할때도 매번 느꼈던 거지만 이런 오래된 건축물들 사이에서 일상을 사는 유럽 사람들이 부럽다. 하지만 감상도 잠시뿐. 유학 온 나에게 보르도는 관광지가 아니라 앞으로 8개월간 머물게 될 생활 터전이다. 다시 처리해야 할 일을 찾아 발길을 재촉한다. 거래 은행, 휴대폰 통신사, 학교를 비롯한 각종 편의 시설들이 이 역을 중심으로 위치해 있다.


 체류증, 은행계좌 등 각종서류를 준비하다 문제가 생겼다. 말도 잘 안통하고 아무도 나를 책임져 주지 않는 이곳. 현지인들과 관광객들이 뒤섞인 거리에 그대로 주저앉아 엉엉 울고싶어졌다. 1년 전 여행 당시에는 낭만적으로만 다가왔던 유럽의 거리들이 음울한 마음을 따라, 시간의 흐름이 멈춰버린 채 정체된 것처럼 느껴졌다



# 변덕스러운 날씨


 맑은 날의 보르도는 낡은 건물들의 색감이 무척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낮은 건물 탓에 하늘을 손으로 잡아 당겨 구름을 끌어 올 수 있을 것만 같다. 반대로 추적추적 비가오는 날은 굉장히 우중충하다. 잔뜩 깔린 구름이 볕을 막아 낮인데도 어둑어둑하다. 하늘 역시 색이 없다. 베이지색 건물도 습한 날씨가 다 빨아 들여 빛이 바랜 색으로 바뀌어 버린다


 보르도 날씨는 오락가락이 심하다. 맑아졌나 싶다가도 갑자기 흐려지더니 굵은 빗방울이 떨어지고, 다시 언제 그랬냐는 듯 맑게 개인다. 비맞는 것이 싫어 우산을 챙겨다니지만 변덕스러운 날시에 장단을 맞추는 것도 쉽지 않다. 우산을 펼쳤다 접었다를 몇차례 반복하다 포기하고 빗방울 정도는 그냥 맞고 다니기가 일상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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