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스 여행 포스팅이 조금 길어지면서 그동안 많은 일이 슝슝 지나갔다. 여행을 마친지 벌써 한달하고도 열흘이 지났다. 프랑스는 7,8월 본격적인 바캉스 기간에 접어들었고, 1년에 두번 있는 바겐세일도 시작됐다.. 홈스테이 집에서 기숙사 집으로 이사도 마쳤고. B2반으로 가는 종강 시험도 지난달에 10점 이상 넉넉하게 통과.

 오늘은 알리앙스 프랑세즈 방과후 프로그램으로 갔던 보르도 미술관 "갤러리 보자르(Galerie des Beaux-Arts)"의 특별전시 <보르도 이탈리 전展>을 짧게 기록하기로 한다. 다녀온지 벌써 한달 가까이 지나 가물가물 해지려고 하지만.



#보르도, 갤러리 데 보자르 <보르도 이탈리전>

  알리앙스를 통해 가는 미술관/박물관은 대체로 무료로 프랑스어 가이드까지 제공된다. 하지만 7,8월이면 관광수입 대목이기 때문에 알리앙스 수업료도 1.5배 가까이 오르고 문화프로그램도 평소보다 비싸진다. 보자르 관람을 6월에 다녀왔기 때문에 무료로 관람할 수 있었다.

 보르도-이탈리 전은 18세기 부터 20세기 동안, 보르도와 이탈리아 좀 더 크게는 프랑스와 이탈리아의 예술적 비전의 교환이라는 큰 주제를 가지고 이루어진 전시였다. 5월 7일부터 9월 7일까지니 아직 진행 중인셈. 총 세 층에 걸쳐 전시되고 있다. 우리나라 식으로 1층-2층-지하1층 순으로 둘러 보았다.


#1층 (프랑스 표기 0F) 

 전시의 첫번째 파트에는 17세기 이래의 이탈리아의 일상적인 생활 풍경, 풍속화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베니스의 전통 배일까? 문을 열면 바로 이어지는 수로. 

▲냉장고 바지 입은 가이드 언니. 그 옆에 귀족 여성 초상화는 목에 털장식까지 하나하나 꼭 진짜 같았다.

▲초상화 제작을 맡긴 귀족 그림. 그림을 그리는 것에 대한 그림.


#2층 (프랑스표기 1F)

 전시 두번째 파트에는 이탈리아의 역사화와 풍경화가 전시되어 있다. 보르도-이탈리전 이다보니 이탈리아 화가의 그림 보다는 파리나 보르도 출신 화가들의 그림으로 이루어져있다. 두번째 파트 부터는 인상주의나 큐비즘, 추상주의의 영향을 받은 것 같은 19-20세기 그림들을 종종 발견할 수 있다.. 전시개괄과 보르도 생활 기록이 본 포스팅의 목적이므로 모든 그림 사진을 찍지는 않았다. 


▲보르들레의 19세기 베니스 여행기

▲피렌체 인근에 자리잡은 토스카냐의 풍경화. 추상화라 서울 우리집이라해도 믿어야할 판이다.
그치만 색감이 좋아서 찰칵.


#지하 1층 (프랑스표기 -0F)

 전시 세번째 파트에는 프랑스의 그림이나 조각 분야에서 19-20세기 화가들의 연구를 보여주고 있다. 고 전시소개에 나와있다. 가이드 투어를 듣고 전시관람을 한 입장에서 좀 더 명확히 정리하면 "신화적 주제"를 다룬 그림들이 전시되고 있다. 이탈리아를 이야기하면서, 유럽 역사의 시원으로 일컬어지는 천년제국 로마를 빼놓을 수 없기 때문이겠다.

 아래 그림은 프랑스에서 가장 유명한 예술학교인 그랑제꼴 데 보자르의 콩쿨을 위해 두 학생이 그린 그림이라고 한다.한 가지 신화적 주제에 대한 각자의 해석을 그림에 담은 것인데, 어떤 이야기를 배경으로 한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그래도 문외한의 생눈으로 보건데 둘 중 어느 그림이 우승했을지 상상해보자.

 두 그림 다 어두운 배경에 마치 한편의 연극처럼 어디선가 조명이 주요 인물들을 비추고 있다. 어떤 그림이 콩쿨에서 1등했을 거 같냐는 가이드 언니의 물음에 나는 왼쪽이라고 답했다. 빙고.! 침대위의 죽어가는 사람과 그를 붙잡고 슬픔에 겨워 하는 여자. 그 옆에 눈에 띄는 노란색 천을 걸친 채 근엄한 표정을 지으며 칼을 치켜든 남자. 조명과 노란색의 적절한 사용, 인물들의 몸과 몸으로 이어지는 구도가 화면 전체를 장악하고 있어, 한쪽으로 치우친듯 불균형하고 잡다한 느낌을 주는 오른쪽 그림에 비해 몰입도가 훨씬 강렬하다. 

잼. 가이드 언니의 간단한 질문하나에 이 전시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그림이 되었다. 그리고 사진을 통해 눈치 챘는지 모르겠지만, 전시 각 파트의 벽 색깔은 각기 다른 색깔로 통일되어 있다. ㅎㅎ 


위 그림들은 이탈리아와 무슨 관련 있는지 ?? 모르겠지만, 벽에 안걸려 있고 공간에 전시 되어 있으니 다른 느낌을 주길래 카메라로 찍어두었다. 화면의 세여인들은 고갱이 그린 타히티 여인들 처럼 주관적으로 표현되었다. 고요하고 잠잠한 표정을 하고 있지만 인체 표현에 근육이 도드라져 의지적인 느낌이.. 그리고 왼쪽 여자는 왜 색깔이.. 칠하다 만건가ㅠㅠ.. 하고 예술 무지랭이는 생각했다. 끗


# 니스여행 마지막날 - 쌩폴드방스(Saint Paul de Vence)

 혼자 여행해야 하는 다음날도 여전히 우울했지만 기운내서 주변 도시에 다녀오기로 했다. 니스 주변도시 중에 그라스Grass라는 향수 마을이 있다. 내가 좋아하는 독일 작가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소설 '향수'의 첫번째 배경으로 등장하는 향수 마을이 바로 이곳 그라스다. 단지 그 이유에서 향수를 사러 가보고 싶었지만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방스를 비롯한 다른 주변 마을에서도 지역특산 향수를 구입할 수 있고, 그라스보다는 방스가 예쁘다는 여행정보에 귀가 펄럭펄럭 쌩폴 방스에 다녀오기로 했다니스여행의 최대 장점은 왕복 3~4유로 남짓의 버스요금으로 인근 작은 마을에 다녀올 수 있다는 점이다.

 쌩폴방스는 애즈처럼 요새같이 생겼지만 좀 더 크고 예쁜 느낌을 주는 마을이었다. 이곳의 건물들은 16세기에 지어진 것이라고..! 하지만 건물 대부분은 주거공간 보다는 토산품, 그림 등을 파는 상가로 사용되고 있었다. 거의 종점부터 종점까지의 거리인데 중간에 졸다가 화들짝 놀라 내리니 도착!@역에 있던 프라고나르에서 레몬계열 향수를 시향해봤는데 돌아다니는 내내 향이 좋아서 기분도 좋았다마을 입구에서 햄샌드위치 사서 먹으며 돌아다녔다. 그러다 한국인 여행객을 만났는데, 일본어로 한국인이냐고 물어봤다. ㅡㅡ?? 어눌한 일어로 한국인이라 하니까 그제서야 한국말로 인사. 자기네 끼리 버스에서부터 계속 긴가민가 했다며 자리를 떴다뭔가 좀 무례한 일을 당한 기분이었다.

▲조명이 매력적이었던 프라고나르!

▲쌩폴방스 초입에서 기념사진. 눈치 없는 아줌니 찬조출연ㅎㅎ

▲내려다 보이는 주변 풍경. 프랑스의 시골은 이런느낌! 집들이 오밀조밀 모여있다.


 방스 골목골목을 돌아다니다가 패트릭 쥐스킨트 향수 마을인 그라스산 향수get 후후. 그루누이가 최고냄새를 사냥하러 온갖 마을을 누비는 마음으로 사람들의 모습을 카메라에 훔쳤다. 찍는 족족 예쁜 사진이 되어 즐거웠다.향수는 두병 샀는데 하나는 내가 쓰고 하나는 엄마 선물 예정. 그닥 비싼편도 아닌데 향이 괜찮아서 선물용으로 좀 더 살 걸 방스를 둘러보고 나오니 아쉬움이 남았다. 버스를 기다리는 동안 프라고나르를 서성였지만 그라스산 토산품보다 2~3배 이상 비싸고 왠지 면세점에도 구입할 수 있을 것 같아 패스. 다음을 기약하고 서둘러 돌아오는 버스에 올랐다.


- 다음은  열마디 설명보다 나은 사진 감상 타임.!(스압 주의 ㅎㅎ) 한장씩 천천히 감상해주시길.


▲유럽 중년의 모던한 패션센스 ㅎㅎ 

▲ 자 찍는다~ 와이키키

▲ 마을 회의 중인걸까? 대화중인 주민들.

▲향수를 샀던 가게. 토산품들을 모아 팔고 있었다. 가격도 저렴한 편으로 선물용으로 굳굳!!

▲오른쪽 선반에서 레몬, 네홀리 두가지 향으로 구입! ㅎㅎ 기분전환용으로 잘 쓰고 있다.

▲갤러리의 느낌 좋은 그림도 찰칵

▲ㅎㅎ안늉?

▲ 임대. 60m2, 3500유로/월, 보증금- 두달치 월세. ㅎㅎ 


▲방스는 길이름 팻말부터 남달라

▲니스행 버스를 기다리며 정류장 바로 옆의 예쁜 건물도 카메라에 줍줍


 다시 니스. 빵과 시리얼로 간단히 요기를 하고 수영복을 챙겨 입고 바다에 풍덩! 전전날 했던 짧은 해수욕이 아쉬워 혼자 바다위를 동동 떠다녔다지중해의 뜨거운 햇살, 차가운 바닷물, 이어지는 파도 소리. 마음이 먹먹해지는 순간엄청 마음바닥까지 외로우면서도 황홀했는데 처음 느껴보는 이상한 감정이었다.

 

 니스에서의 마지막 해수욕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와 몽펠리에 숙소를 검색하는데 검색되는 숙소가 없다. 보르도 행 기차도 이미 너무 비싸진 상태. 여행 막바지에 걱정이 태산. 와이파이 마저 잘 되지를 않고 피로가 몰려왔다. 동글이와의 일주년이었는데, 마음이 힘드니까 동글이도 덩달아 미웠다. 힘들때도 즐거울때도 함께 하지 못하는 1. 길고도 짧을 그 시간을 견뎌야하는 당위적인 이유도 찾지 못했고, 견딜 만큼 마음이 굳지도 못해 또 다투고 말았다. 더이상 여행을 계속 할 기분이 아닌 채로 니스에서의 마지막 저녁을 보냈다.

 


# 다시 보르도.

 다음날, 몽펠리에에 내려 점심을 먹고 숙소를 다시 찾아 보았지만 여전히 마땅치 않다. 기분도 체력도 금전적 여유도 바닥다음주 부터 이어질 수업에 지장이 없으려면 기차표를 비싸게 구입하더라도 집에 돌아가야겠다는 판단이 섰다. 몽펠리에 거리에서 길 헤매기를 멈추고 보르도행 표로 티켓을 바꿔 끊었다. 동글이와도 더 시간을 갖자며 나쁘게 끊은 전화. 자꾸 눈물이 나서 기차 안에 앉아 있기가 힘들었다. 긴 기차탑승 시간 동안 일주일간의 여행을 정리했다. 외로워서 익숙한 것들이 너무나 그리웠다. 익숙한 것이 지겨워지면 낯선 것 새로운 것을 찾고 그러다 다시 익숙한 것을 찾는 우리의 습성. 관성의 법칙. 일주일간의 여행 끝에서 그나마도 조금 더 익숙한 보르도로 향하는 것이 오히려 마음에 안정을 가져다 주었다. 돌아와서도 언제 그랬냐는듯 동글이와 화해로 마무리한 짧고도 길었던 여행.


여행지 길찾기 유입량이 좀 되는 거 같아 도움이 되고자 몇자 적어본다.

[니스에서 쌩폴방스 찾아가기Tip] 

1. 프로므나드 데장글래 인근의 버스 정류장에서 방스행 버스 탑승. 1시간 정도 소요. 방스 말고 쌩폴방스에 내린다.

2. 거의 종점-종점 구간이므로 왠만하면 앉아서 갈수 있다.^*^

3. 버스 정보는 유동적이므로 인터넷 검색하지 말고 현지에 가서 관광안내소에 위치와 시간을 물어보는 것이 제일 확실하다. 버스 배차간격이 길어서 하루에 두개 이상의 마을을 보려면 일찍 출발하는 것이 좋다.

* 니스 관광안내소 무척 잘 되어 있으니 꼭 활용해서 즐거운 여행하시길.!




#니스여행 다섯째날 - 샤갈미술관


 전날 새벽까지 돌아다니다 늦게 잔 탓에 아침에 일어나기가 힘들었다. KFC의 남은 치킨으로 아침을 대신하고 퉁퉁이를 비행시간에 맞춰 배웅했다. 퉁퉁이가 가고 2~3일쯤 혼자 머물렀는데 날씨는 쾌청했지만 급격히 외로와져서 혼났다. 혼자 숙소로 돌아와 체크아웃 전 마지막 만찬을 하는데 홀로 남겨진 것이 갑자기 마음이 무겁고 몸에 힘이 하나도 없었다. 해외생활이 맨날 그림같고 씐나고 낭만적일 것 같은데, 정말 그렇긴 하다. 그 댓가로 홀로 낯선 곳에 던져져 있다는 생각, 뭔가 이루어 돌아가야한다는 생각에, 마음 밑바닥 심연에 닿을 듯 한없이 고독해질 때도 많다. 그럴때마다 새로운 것을 찾아 나서고 부딪히고 그러다가 지치면 잠시 익숙한 것을 찾아 마음을 달래고.., KFC치킨과 맥도날드버거는 모든 여행자 마음의 고향.


  애써 밝은 척 잘지냈다고 호스트에게 인사하고 예약해둔 호스텔로 짐을 옮겼다. 기분탓에 여행이 쳐질까봐 짐을 풀고 얼른 샤갈 미술관으로 향했다. 샤갈미술관은 니스빌역 너머 뒷편에 위치해 있는데 역전의 인상과는 달리 부촌이었다. 내내 터지지 않던 핸드폰도 잘 터지고. 사람사는 니스는 이런 동네구나, 다른 인상을 갖게 되었다.


 

▲니스빌역 너머의 거리. 한결 깨끗하고 고요하다.


샤갈 미술관에는 샤갈의 종교화 연작과 샤갈이 디자인한 카펫이 전시되어 있다. 분홍, 빨강, 검정, 노랑, 파랑, 초록. 컴퓨터의 인공 팔레트에서 골라낸 듯 낭만적인 색감과 본능적이고 굵은 윤곽 선 그리고 자주 사용한 모티프(서커스, 하얀 말, 몽환적인 커플)를 주욱 둘러보다보니 이사람, 낭만주의자였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울했던 마음이 조금 나아졌다. 

전에 오페라 하우스의 천장화 그림을 인상깊게 봐서 샤갈 미술관도 기대를 했는데, 대표작은 전시되어 있지 않다. 아쉬운 마음에 대표작이 담긴 브로셔를 살까 했지만 샤갈 작품세계 전반을 다룬 브로셔는 없는 것 같아 그냥 나왔다. 미술관 입장료는 학생할인 받아 7유로로 비싼 편인데 리플릿도 제대로 없어서 괘씸했다. 흥! (유럽여행 당시 파리의 오르세 미술관을 7유로에 관람한 이후로, 전시수준이 한참 못미치는 미술관이 입장료마저 비싸면 기분이 썩 좋지 않다.)


 

▲??뭐냐고? 샤갈미술관. 표지판 없으면 찾기 힘들게 숨어있다. 안쪽으로는 작은 정원이 펼쳐져있고.


▲ 미술관 조형도와 샤갈 연보.

- 이 뒤편으로 짐맡기는 곳이 있는데 여권이 있으면 영/프 오디오 가이드 무료 대여가능

- 샤갈이 오른쪽과 같이 그림을 그리면 카펫 장인이 한땀한땀 카펫(Tapis)으로 구현.

- 이런 작업을 많이 했다고 한다. 여러점 전시 되어 있는데 생략.


샤갈이 빈번히 그린 하얀말과 커플이 한 화면에 있길래.

▲ 샤갈 관련 다큐 상영관에서 노부부 찰칵.

- 카메라를 챙기지 않았더니 폰카로 찍은 사진들 모두 엉망이다. 화질도 구도도.ㅠ


 점심 먹을 곳을 찾다가 마땅치 않아 마트에서 샌드위치를 사먹고 주변에 위치해 있다는 마티스 미술관으로 향했다. 마티스 미술관은 작은 공원 안에 자리잡고 있다. 공원 옆에는 오래된 원형극장 터가 남아있고, 공원 안에서는 동아리인듯한 사람들 무리가 한가롭게 게이트볼을 치고 있었다. 여행서에서는 마티스 미술관 입장료가 분명 무료라 적혀있었는데, 막상 찾아오니 무려 10유로!!!??? 엄청 작은데!!!! 미술관 폐관 시간이 얼마 남지 않기도 해서 그냥 주변만 둘러보고 숙소로 돌아 갔다.


 마티스 미술관으로 향하는 길에 만난 쁘띠 니스빌 전망

▲원형극장 터

▲공원의 게이트볼 치는 사람들


여행지 길찾기 유입량이 좀 되는 거 같아 도움이 되고자 몇자 적어본다. 

[샤갈 미술관 찾아가기Tip] 

1. 니스빌역에 내리면 바로 앞에 있는 관광안내소에서 니스 시내 지도를 받는다.

2. 니스는 작은 도시이기 때문에 니스 내의 왠만한 거리나 장소는 지도에 표시된 길 이름을 보고 찾아 갈 수 있다. 각각의 길끝에는 건물의 간판정도 높이에 길 이름이 적혀있으니 참고!

니스 여행 넷째날, 애즈-모나코 방문기


# 에즈의 사람들


구름이 끼었지만 오히려 쨍쨍한 햇볕이 없어 날씨는 선선했다. 버스를 타고 애즈에 내리니 요새같이 생긴 언덕에 옹기종기 오래된 집들이 모여있었다. 주거시설보다는 주로 관광객을 대상으로 하는 가게들이 많았다. 버스를 타고 가다보면 애즈와 비슷한 요새마을이 해안가를 따라 여기저기 많이 남아있다. 로마의 시원인 이탈리아와 가깝고, 갈로-로마 지역이었던 것 답게 고대 로마를 떠오르게하는 낮고 길쭉한 나무들을 쉽게 찾아 볼 수 있었다. 확실히 파리나 보르도와는 다른 느낌의 매력이 있는 것 같다. 서울이랑 부산, 제주도가 다른 느낌인 것 처럼. 애즈의 요새 정상에는 중세의 정원이 있는데 여기에 오르려면 입장료를 내야한다. 5유로라는 조금 애매한 가격이었는데 다행히 영진이에게 학생증이 있어 둘다 절반가격에 패스;) ! 챙겨온 도시락을 먹고 미로같은 중세정원 이곳저곳을 둘러보았다.


비좁은 골목골목. 찍는 족족 한편의 그림이 되었다.


 독서중인 가게 아주머니.


 

만삭인데 함께 여행하는 부부. 너무 예쁘고 부러워서 몰래 찰칵.


 

▲ 정상에서 쉬는 시간. 날씨가 그닥 좋지 않았다.




# 세계에서 두번째로 작은 나라, 모나코

▲모나코의 항구

 모나코는 이탈리아 수도인 로마안에 자리 잡은 '바티칸시국' 다음으로 가장 작은 국가라고 한다. 애즈 관광을 마치고 집에 돌아가기에는 너무 이른 시각이라 가까운 거리에 위치한 모나코도 가보기로 했다. 같은 버스안에서 계속 한국인인지 긴가민가 했던 사람이 있었는데 모나코행 버스를 기다리며 이야기 해보니 한국인 이었다. 모나코는 계획없이 갔던 거라 어디를 봐야 좋을지 몰라 동행하기로 했다. 비가 내려 흐린 모나코 거리를 걸어 모나코 왕궁과 인근의 성당을 보고 모나코의 선착장과 항구를 내려다보았다. 갑자기 해가 나더니 맑아져서 마음에 드는 사진을 얻을 수 있었다. 후후 F1 그랑프리가 끝난지 얼마되지 않아서 항구쪽에 설치된 관람석이 남아 있었다. 모나코에는 다른 유럽 도시들과 달리 고층 건물들이 줄지어 서 있다. 유럽의 대도시들이 고도제한을 두지 않는 다면 이런 느낌일까?


▲우후죽순 솟은 모나코의 고층 건물들


▲모나코 왕궁. 기대한 것만큼 웅장하고 화려하지는 않았다


▲왕궁 인근의 대성당. 지금까지 유럽에서 본 대성당들 중 내부가 가장 현대적인 느낌을 주는 곳이었다. 예뻐서 고요한 성당의 공기를 깨뜨리고 한컷 찰칵


▲모나코에서 만난 아가와 새. 누가누가 이기나 눈싸움.

- 옆에 아가 가족들이 있었는데 개의치 않고 예뻐죽겠다는 표정으로 사진을 찍어대니까 웃으며 쳐다보았다. 연락처 교환해서 사진 보내줄껄! 사진 정리하다 보니 아쉬운 생각이 든다. 


 모나코 관광도 마치고 니스로 돌아오는 버스안.. 동행한 한국 사람이 알고보니 오빠의 ROTC 한해 후배였다. 신기해! 낯선 타지에서 만난 한국인이 멀지 않은 지인이라니. 하지만 이야기를 나눈 것도 잠시. 구불거리는 길 탓에 한시간 남짓을 창백해진 채 심한 멀미에 시달려야 했다. 니스에 도착해 그냥 헤어지기 아쉬워 함께 KFC치킨을 먹기로 했다. 치킨..치키인..ㅠㅠ너무 반가와서 눙무리..얼마만의 치킨인지.. 배가 고프기도 했고. 제일 큰 거 시켜서 정신없이 먹었다. 나눈 이야기는 사실 기억에 없다.ㅋㅋ? 그냥 잡담

 다음날 아침 비행기로 먼저 떠나는 퉁퉁이. 뭔가 아쉬운 맘이 들어 밤거리를 한참 더 배회하는 것으로 함께하는 여행을 마무리했다.


 

▲ 밤의 마세나 광장. 퉁퉁이와의 여행을 마무리 하며.



여행지 길찾기 유입량이 좀 되는 거 같아 도움이 되고자 몇자 적어본다.

[애즈-모나코 찾아가기Tip] 

1. 애즈와 모나코는 니스에서 한시간 남짓의 가까운 거리에 위치해 있어 빨리 둘러본다면 하루에 둘다 보는 것이 가능하다.

2. 니스에서 트램을 타고 버스 정류장에 내려 애즈-모나코행 버스를 타면 갈수 있고 티켓은 1.50 유로. 1시간 이내에 트램-버스간 환승 가능.

3. 버스 정보는 유동적이므로 인터넷 검색하지 말고 현지에 가서 관광안내소에 위치와 시간을 물어보는 것이 제일 확실하다. 니스-애즈는 한시간 정도, 애즈-모나코는 30분 가량 소요. 버스 배차간격이 길어서 시간을 넉넉히 잡고 다녀야한다.

* 니스 관광안내소 무척 잘 되어 있으니 꼭 활용해서 즐거운 여행하시길.!


# 니스 여행 셋째날

▲요새에서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니스 해변


 아침을 먹고 니스 구시가지 쪽에 있는 오래된 성채에 올랐다. 계단으로 이루어진 산책로와 엘리베이터를 이용해 오를 수 있었는데 굳이 무리하고싶지 않았기 때문에 엘리베이터를 선택! 정상에 오르니 니스 해변과 니스의 시가지가 한 눈에 들어왔다. 절묘한 위치에, 날씨까지 화창했다. 니스 시가지와 바다 모습을 한동안 바라보고나서 성채를 돌아 내려왔다. 볕이 나니 어김없이 사람들이 몰려나와 하나같이 일광욕을 즐기고 있었다. 마음이 동해 급하게 쇼핑거리에서 나도 적당한 수영복을 사입고 물 속에 퐁당! 니스의 해변은 모래사장이 아니라 돌밭이다. 한걸음 한걸음 디딜때마다 발이 아파왔지만 오랜만의 해수욕이라 마음이 들뜨고 즐거웠다. 작년 유럽 여행때 이탈리아의 나폴리에서 지중해를 봤지만 겨울이라 추워서 해변갈 생각은 하지도 못했는데! 이렇게 첫번째 지중헤엄헤엄을 했다. 이곳 사람들은 헤엄쳐서 바다 저 멀리까지 다녀오기도 하던데, 따로 튜브를 빌려주는 곳도 없고 바다가 급격히 깊어지는 터라 조금 무서웠다.


 

▲화창한 날, 태닝하러 나온 사람들. 수영하는 사람은 아직 별로 없었다.


 퉁퉁이와 30분쯤 놀았을까, 조금 힘들어서 해변가의 돌밭으로 돌아와 몇분 늘어져있는데 금새 어둑어둑 해지더니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종잡을 수 없는 유럽 날씨.. 어쩔수 없이 숙소로 돌아와서 씻고 밥 챙겨먹고 잠깐 눈 붙인다는 것이 딥슬립. ..저질체력 ㅎㅎ 8시가 다되어 일어나 저녁을 챙겨먹고 다시 거리로 나섰다. 특별히 한 것 없이 흘려보낸 하루가 아쉬워 밤거리를 배회했다. 비가 추적추적 내렸지만 개의치 않고 우산하나에 의지해 밤바다를 내려다보며 가지고 나온 와인과 조각치즈를 먹고 마시는 것으로 마무리한 하루.


 

▲마세나 광장의 야경


▲딥슬립기원하는 수와레(soirée)ㅎㅎ 


# 5월 22일 ~ 5월 31일, 일주일이 조금 넘는 알리앙스 방학.

 유학원에서 수업신청을 이상하게 해주는 바람에 보르도 체류기간 8개월을 거의 수업만 들으면서 보내게 생겼다. 도착한지 얼마 안되어 보르도 인근을 둘러보기도 정신없었지만, 길게 여행할 수 있는 기회가 몇번 없을 것 같아 전부터 가보고 싶었던 니스 여행을 하기로 했다. 작년 2월 한달 동안 유럽 여행 당시 함께 했던 퉁퉁이는 지금 독일에서 공부중이다. 정신없는 와중에 퉁퉁이와 틈틈이 연락하며 여행을 계획했다. 조금 버거웠지만 보르도에서 아는 사람 없다고 쓸쓸해질 적마다 퉁퉁이와 함께할 여행을 계획하는게 마음에 위안이 되었다. 5월 21일, 드디어 첫번째 한달간의 수업이 끝나고, 보르도 강축제에서 불꽃놀이를 보고 느지막이 돌아와 다음날 아침 일찍 니스행 기차에 몸을 실었다.



# 니스 도착 첫째

▲니스빌역

 보르도-니스를 잇는 직통열차가 없고, TGV도 없다. 내가 니스에 간 날은 모나코 그랑프리 F1, 깐 영화제가 열리는 기간이었는데, 교통편을 늦게 구하니 가격이 이미 오를대로 올라 비행기표를 구하는 것은 조금 무리인 상황.. . 어쩔수 없이 10시간 동안 기차를 타야했다. 덜컹덜컹철컹철컹 툴루즈-님-아를-몽펠리에-마르세유-칸-드디어 니스 도착!

 에어비엔비를 통해 예약해둔 숙소주인 아저씨와 만나 체크인 후 짐을 풀고 비행기가 연착되어 늦게 도착한 퉁퉁이 마중을 나갔다. 같은 프랑스인데 니스에 도착하니 3G가 먹통이 되었다. 프리와이파이도 잘 없는 이곳 프랑스에서.. (믿었던 숙소 마저.) 희미한 와이파이를 찾아 연락이 닿았지만 지리를 모르는 이곳에서 약속을 정하는 것도 쉽지 않은 상황. 만나기로 한 버스 정류장 이름이 비슷한 장소에 3군데나 있었다. 정류장 의자에 앉아 정신을 놓으려는데 건너편에서 들려오는 반가운 한국말! 맨발에 슬리퍼 신고 나온 내 발을 보고 바로 알아 봤다는 퉁퉁이ㅋㅋㅋ 너무 반가와서 눙물날뻔^*T

 니스에 도착한 첫날은 관광안내소에서 얻은 지도로 지리를 파악하고, 해변가인 프로므나드 데장글래를 좀 걷다 들어와서 파스타 해먹고 zzZal 준비. 니케아의 소파겸 침대였는데, 침대 펼줄 몰라서 인터넷검색하고 30분넘게 씨름하다가 결국 주인아저씨한테 119 쳤다. 네이버 지식인 질문에 있던 "빌어먹을 라꾸라꾸 침대가 안펴져요" 보고 개빵터져서 주저앉아 배아프도록 웃고 ㅋㅋㅋ



#니스 둘째날, 칸영화제 폐막식을 보다

 여독 때문에 느지막이 일어나 마세나 광장 인근의 공원과 니스의 재래시장을 구경했다. 꽃, 채소, 비누 등 잡다한 것을 팔았지만 마트보다 질이 더 좋거나 저렴하다는 느낌은 안들어서 둘러보기만 했다. 전 같이 생긴 거리 음식을 사먹었는데 no맛.. 대형마트로 발길을 돌려 먹을만한 와인이랑 고기, 야채를 사와 배를 채웠다.

▲재래시장 끝에서 모자파는 모자쓴 흑인아저씨. 뭔가 그냥. 느낌 좋아서.

▲마세나 광장 인근의 분수 공원. 보르도의 거울분수와 비슷하지만 조형미는 거울분수가 쵝오bb라고 자부한다.

 전날 흐리던 날씨가 맑아지니까 그동안 어디에 숨어었던지, 사람들이 너나없이 몰려나와 태닝을 하고 있었다. 비키니를 준비하지 않은 것에 후회가.. 밀려..왔다........ 점심을 후딱 먹고 적당히 비치웨어를 맞춰 입고 깐 행 기차탑승! 느린 기차로 40분 정도 되는 거리인데, 내리자 마자 갑자기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게 아닌가! 입고온 비치웨어가 무색해져 버렸다. 해변도 연이은 행사탓인지 물이 더러웠다. 발만 담구고 해변에 잠시 누웠다가 터덜터덜 영화의 전당으로 향했다. 도착하니까 이미 끝나버린 스타들의 입장식. 우리 왜이래ㅋㅋ; 아쉬운대로 레드카펫 앞에서 대형스크린에 중계해주는 페막식을 봤다.


 유명한 국제 행사라 기대를 했었는데 영화제 기간동안 주요 영화상영은 영화관계자들에게만 개방된다고 한다. 일반인들은 해변영화제나 레드카펫에서 손 흔드는 스타들, 혹은 거리를 지나는 스타들을 보는 정도가 전부. 폐막식인 시상식 행사에서 아시아인은 거의 찾아 보기 힘들었고 뭔가 소외받는 기분이었다. 엘리트주의, 서구중심주의 심한 행사인 것 같았다. 잘난 무리가 저 잘났다고 자기네 끼리 놀때 이에 대처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우리끼리 더 재밌게 노는 거라고 생각한다. 잘난 무리가 "잉?뭐지?"하고 뒤돌아 보게끔. 뭔가 아시아인으로서 우리끼리 더 잘 노는데 기여하고 싶어졌다. 유학와서도 서구인들의 아시아에 대한 무관심, 신비한 대상 정도의 몰이해를 종종 경험한다. 나도 서양사람들을 완벽히 이해하지는 못하지만 적어도 노력은 하는데!. 이런 태도들이 유학생활을 더 외롭게 만들고는 한다. 



# 유럽여행, 껍데기는 가라

 폐막식이 끝나고 다리도 아프고 날이 흐려서 그대로 니스로 돌아왔다. 알고보니 영화의 전당 뒷편으로 구시가가 더 있다고. 미련없이 패스. 집에 돌아와 요리하던 도중에 휴가왔다는 옆방 이탈리아노 아저씨가 문을 두드리며 자기도 집대여하고 싶다고 Airbnb에 대해 이것저것 물었다. 아직 힘겹지만 프랑스어로 열심히 설명! 많이 늘고 있는 것은 틀림없는 것 같다.

 니스에서의 둘째날은 그닥 인상적인게 없었지만, 퉁퉁이와 유학생활 고충, 가족, 진로, 미래 등등 두런두런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문득 우리가 작년 유럽여행때와는 완전히 달라졌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는 관광지나 기념물 뭐 하나라도 더 보려고 하루종일 정신없이 걷고 보고 듣고 했는데, 각자 유학생활에 조금 익숙해진 지금의 우리는 더 차분하고 여유로웠다. 그때의 우리가 유럽이 입고 있는 껍데기를 보았다면 지금의 우리는 유럽의 알맹이에 조금 더 가까워 진 것일 지도 모르겠다.

▲푸짐한 저녁. 식비아껴 숙소비에 다썼다고 합니다ㅇㅇ



여행지 길찾기 유입량이 좀 되는 거 같아 도움이 되고자 몇자 적어본다.

[니스에서 깐 찾아가기Tip]

1. 니스빌역에서 깐행 보통열차로 3~40분 소요, 편도 5유로

2. 관광안내소에 물어보면 버스도 있으나 1~2시간 소요된다고 한다. 버스타고 해변 관람 하고 싶은게 아니라면 기차를 이용하자.

* 니스 관광안내소 무척 잘 되어 있으니 꼭 활용해서 즐거운 여행하시길.!




# 보르도생활의 수호천사, 징위

 보르도에 도착해서 한 달째의 수업을 마치는 날. 이제 떠나는 친구들도 있고 마침 갸론강 축제 개막식으로 불꽃놀이(Le feu d'artifice) 행사가 있다는 소문. 이때다 하고 반에서 놀기 좋아하는 에스파뇰 친구가 피크닉을 제안했다. Pourquoi pas! 안갈거 뭐있어! 다음날 독일에서 공부하는 퉁퉁이와 니스여행을 하기로 해 아침 기차를 타야했지만 불꽃축제가 있다는 말에 구미가 당겼다. 집에 가서 후다닥 여행짐을 챙겨두고 약속장소로 향했다.

 짐챙기느라 피크닉때 먹을 저녁을 준비 못하는 바람에 꺄르푸에서 서성서성하니까 징위가 많이 준비했으니 자기 도시락을 나눠먹자고 한다. 징위는 나보다 연배가 좀 있고 내성적인 편인데, 대부분 20대인 알리앙스 학생들 틈에서 마음맞는 사람을 찾기가 쉽지 않겠구나 싶다. 그래도 나에게는 늘 먼저 선뜻 도움을 주곤 하는 고마운 친구다. 은행계좌 여는 문제에서부터 보르도3대학과 기숙사 사무실 위치 안내까지, 곤란한 일마다 징위의 도움으로 적응을 좀 더 빨리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보르도 경영대에서 석사를 마치고 계획을 바꿔, 프랑스어를 익혀 이곳에서 일하고 싶다는 징위. 나이나 결혼문제에 구애받지 않고 도전하고 늘 열심히 하는 모습을 마음으로 응원한다.




# 친구들과의 피크닉

 약속시간이 한참 넘어 느지막이 나온 친구들.. 강변 한 구석에 자리를 잡고 각자 가져온 음식들을 나눠 먹었다. 맨손으로 갔지만 친구들의 피크닉 준비에 무임승차해서 레드와인이랑 호제와인도 마시고 크림치즈랑 체리도 먹었다. 후후후후. 양심에 털났지만 배부르고 만족스러운 저녁 ㅎㅎ.

 보르도에 도착한 두번째주 금요일에도 에스파뇰 친구가 제안한 갸론강변 바의 저녁 모임(Soirée)에 갔었더랬다. 심심하게 혼자 집에서 보내는 주말이 싫은 마음이 불어로 나누는 대화에 대한 두려움을 이겼다. 처음에는 좀 어색하기도 하고 나 빼고는 다들 불어를 잘 하는 것 같은 마음에 꿀먹은 벙어리처럼 있었지만 맥주가 한모금 두모금 들어가고 강가로 노을이 지는 모습을 보고 분위기에 취해 친구들과 유쾌하게 웃고 떠들다 집에 돌아왔던 기억. 그 수와레 이후 불어로 말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많이 줄어들었다. 바르고 정확한 표현이라는 틀에 나를 가두지 않고 상대와의 소통이라 생각하고 대화하려고 노력하다 보니 회화가 좀 더 자연스러워 졌다. 보통은 술자리가 되기때문에 매번 나가지는 않지만, 이번 처럼 다같이 모이는 자리에는 빠지지 않고 가려고 노력하고 있다.

- 한국인 친구가 준비한 셀카봉으로 행복한 셀피타임! 이걸들고 사진찍는 모습이 우스운지 주변에서 모두 신기해하는 표정이었다. 그러고보니 정말 셀카봉을 프랑스와서 한번도 본적이 없긴하다. 팔면 잘팔릴듯? ㅎㅎ


- 해가 지니까 깽꽁스 광장에 있는 놀이기구에 불이 들어왔다. 처음 보는 모습!




#축제의 서막, 불꽃놀이

 보르도는 해가 9시부터 지기 시작해서 10시가 넘어서야 완전히 어둑어둑해진다. 시계 보지 않고 다니다가 저녁 시간 놓치기 일쑤. 프랑스 사람들이 늦은 저녁을 먹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해가 완전히 넘어가고, 사람들이 강변에 점점더 많이 모이기 시작하더니 불꽃 축제가 시작됐다. 보르도 갸론강변을 걷다보면 여러개의 아치로 이루어진 구식 다리인 삐에르 다리와 여기서 조금 떨어진, 현대식 구조의 샤벙델마 다리를 만날 수 있다. 샤벙델마 다리에서 부터 붉을 밝힌 큰 배 하나가 유유히 나타났다. 그러더니 배에서 불꽃을 쏘아 올리기 시작했다. 큰 배가 불꽃을 모두 소진하자 그 뒤를 이어 다양한 디자인의 돛과 서로 다른 이름을 가진 돛단배들의 행진이 이어졌다. 보르도는 18~19세기 해상무역으로 돈을 벌던 항구도시라고 하는데, 아마 그 당시의 선박회사들 이름이 아닐까 추측해본다.


- 멀리 보이는 것이 샤벙델마 다리. 자세히 보면배들이 지나칠수 있게 다리가 들려 있다.

-배에서 쏘아 올리는 불꽃 움짤ㅎㅎ 펑펑 터지는 소리랑 분위기가 정말 좋았다.

-

- 불꽃을 모두 소진하고 삐에르 다리 쪽으로 향하는 배.

-그 뒤를 따르는 작은 돛단배들.



-사진기를 들어 올리는 사람 연인을 끌어 안는 사람. 모두 얼굴에 미소를 띠고 있던 행복한 순간, 포착!



 일주일동안 이어진 보르도 강축제에는 장터도 열리고 영화 상영도 하고 했다고 한다. 나는 개막식만 보고 보르도에서 처음으로 만원 트램을 타고 12시가 넘어 돌아와 다음날 8시 기차를 타고 무사히 니스로 갔다고 합니다. 이만 굳밤!








# 보르도의 도서관들
 보르도에 도착해 여러 활동에 참여하고는 있지만 모두들 쉬는 주말이 되면 할 수 있는 일이 얼마 없다. 집에서 놀자니 가재도구와 노트북 뿐이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사진찍기에도 이골이 나려는 무렵. 한국에 있을 때 심심할 때면 도서관에 놀러가던게 생각났다. 여기도 당연히 도서관이 있을 거란 생각에 무릎을 탁!

 샤또 투어 이야기에서도 썼지만 보르도는 아끼뗀 주의 주도다. 매우 큰 도시라는 이야기. 보르도 중심가에 우리나라로 치면 시립도서관 정도 크기의 MERIADECK(메리아덱) 도서관이 있고, 동네마다 구립도서관 크기의 작은 도서관이 9개, 평일에는 이동도서관도 열린다. 회원가입을 하면 도서 15권, 음반 15장, DVD 5장, CDrom 5개를 한달 동안 대여할 수 있다. 연장은 2주 단위로 두번까지 가능! 넉넉하다. 

 가입비는 9.5유로ㅠ. 만 26세 이상 부터는 12.5 유로. 도서관 내부 열람은 가입할 필요가 없다. 프리 와이파이도 빵빵! (유럽 여행할 때 맥도날드만 찾고 왜 도서관 생각은 못했나 모르겠다) 9월부터 보르도 대학부설 어학원 수업을 들으면 대학도서관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어서 처음에는 가입을 망설였다. 하지만 할일 없는 주말 DVD를 잔뜩 보려는 꿈에 부풀어 프랑스 교보문고인 fnac에서 dvd롬을 구입하고 도서관 회원 가입도 했다. 영어나 프랑스어 자막/더빙 뿐 인 것은 함정 ㅎㅎ

-가입을 위해 필요한 서류-
1. 산분증(여권, 체류증 등)
2. 거주 증명서
3. 가입비


# 우리동네 도서관 Grand Parc
 나는 트람 C선의 Grand Parc 역 인근 아파트에 살고 있다. 구글링해보니 집에서 가장 가까운 도서관은 그랑팍 도서관. 집에서 걸어서 15분 정도 걸린다. 뒤에서 소개하게 될, 시내 중심가의 메리아덱 도서관 보다는 규모가 훨씬 작고 장서도 적은편이다. 그치만 아늑한 동네 사랑방 느낌. 한국에 있을 때 도서관이나 카페에서 노트북 두들기고 책보고 하던 것과 가장 비슷한 느낌을 줘서 종종 찾는다.
 이곳에서 회원가입을 하고 예전에 재밌게 봤던 영화DVD들을 골랐다. 기분내려고 마그리트 뒤라스의 연인(L'amant)도 빌려보고 ㅎㅎ. 긴 글을 읽는 건 아직 어렵기 때문에 주로 사진집이나 그림책을 빌려오는 편이다.


 

 DVD를 고르다 문득 고개를 드니 무슨 글귀가 새겨져 있다. "언론의 자유는 우리가 그것을 사용하지 않을 때 쇠하고 만다." 책이 있는 또 다른 벽면, "거대한 질서 속에는 항상 작은 무질서함이 있게 마련이다.-라이프니츠". 가벼운 격언이지만 한번 쯤 되새겨 보게된다. 음.. 도서관다운 디자인이다. 그러고보니 홈스테이집 내 방에도 한 쪽 벽면에 글귀가 새겨져있다. "인생은 우리가 바라는 대로 살지 않을 때 쉽게 잃어가는 것인 고로…(Car la vie est un bien perdu quand on ne l'a pas veçu comme on aurait voulu…)" 별 뜻 없이 넘길 수 있는 가벼운 인테리어지만, 보르도에 도착하고 처음 한 두주 우울해하며 방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 문득 발견하고 정신 차리게 해준 고마운 글귀다. 

 



# MERIADECK 도서관과 지갑 분실 사건

 트램 A선 Meriadeck 역에 내려 조금 걸으면 cours du maréchal 거리에 메리아덱 도서관이 보인다. 크다. 엄청 크다. 도서관이라고 자전거 주차장 덮개도 유명한 책의 한페이지로 장식 돼 있다. 날이 좋아 유리 건물이 하늘을 그대로 담고 있었다.

 

- 입구에 들어서면 보안요원이 가방 검사를 한다. 주로 이용 하는 층은 DVD가 있는 2층이나 공부방이 있는 3층.

 

- 책보고 있으면 구름 이동에 따라 해가 났다 가렸다 반복하는데, 고즈넉해 마음이 편해진다. 너무 할머니 같나?ㅋㅋ 

- 지난 1월 샤를리앱도 테러사건이 일어나고 시간이 좀 흘렀지만 아직도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는 문구,"Je suis Charlie(나는 샤를리다)"

 

- DVD 관람실, iPAD도 완비!

- 보르도 도서관은 각종 문화행사를 구비하고 있다. 사진전 부터 미니 음악회까지. 오늘은 백발 할아버지의 쉐낏쉐낏 디제잉.


 메리아덱 도서관을 소개하고 싶어서 마음먹고 카메라를 챙겨간 날이었는데, 덕분에 짐이 많아 정신없는 바람에 지갑을 잃어버렸다. 멘붕..!!!!!!!! 구석에 있던 검색대 사용하고 두고갔다가 30초도 안돼 뛰어 돌아 갔는데 이미 사라져 버린 지갑.. 당황하니까 갑자기 생활불어가 엄청 빠르게 나왔다. 감시카메라 확인 불가하냐는 등 내가 생각해도 말도 안되는 엉뚱한 요구로 쪼끄만 아시아 여자애가 묻고 또 물으니 직원들이 0층 안내 데스크에 바래다 줬다. 다행히 누군가 맡기고 간 내 지갑.. 물과 몇분 사이에 일어난 일이었는데 너무 놀라서 다리에 힘이 탁 풀렸다. 아직 은행 계좌를 열지 못해서 당장 카드가 없으면 생활이 어려워질 것이었기 때문에.. 교통권도 들어있고 휴. 이놈의 정신머리.
 보르도는 살만한 동네구나. 하고 마음을 가라앉히고 마저 공부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트램 안. 지갑을 가만히 보니 동전을 제외한 현금이 몽땅 사라졌다! 20유로 정도 있었던 것 같은데. 지갑 깜빡한 몇초의 대가가 몇일치 식료품 비라니. 어떻든 찾아서 다행인 것을 그새 마음이 달라져 지갑 집어간 사람이 미워졌다.

 홈스테이집이 급하게 바뀌어서인지 정말 심하다 싶을 정도로 신경써주지 않을때가 많다. 초반에는 한마디라도 더 나누고 친하게 지내려고 저녁 식사 시간을 맞춰보기도 하고 먼저 말을 건내기도 했지만 그만 포기.. 빨래라도 제때 돌려주고 설거지 미루지만 않아도 다행이라 여기게 되었다. 고양이가 아무때나 방문열고 들어오거나 날뛸때마다 옆방 사는 딸이 벤쀠까!!!!!!하고 소리쳐대는데, 이제는 녹음해뒀다가 모닝콜로 써야겠다는 엉뚱한 생각을 하며 넘기게 되었다. 초반부터 불편한 홈스테이 생활도 앞으로의 7개월에 면역을 주는 일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이번 지갑 사건도 잃은 돈은 아깝지만 정신 똑띠 챙겨서 더 큰 손해보지 말라는 신호라 여기며 넘기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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