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르도생활의 수호천사, 징위

 보르도에 도착해서 한 달째의 수업을 마치는 날. 이제 떠나는 친구들도 있고 마침 갸론강 축제 개막식으로 불꽃놀이(Le feu d'artifice) 행사가 있다는 소문. 이때다 하고 반에서 놀기 좋아하는 에스파뇰 친구가 피크닉을 제안했다. Pourquoi pas! 안갈거 뭐있어! 다음날 독일에서 공부하는 퉁퉁이와 니스여행을 하기로 해 아침 기차를 타야했지만 불꽃축제가 있다는 말에 구미가 당겼다. 집에 가서 후다닥 여행짐을 챙겨두고 약속장소로 향했다.

 짐챙기느라 피크닉때 먹을 저녁을 준비 못하는 바람에 꺄르푸에서 서성서성하니까 징위가 많이 준비했으니 자기 도시락을 나눠먹자고 한다. 징위는 나보다 연배가 좀 있고 내성적인 편인데, 대부분 20대인 알리앙스 학생들 틈에서 마음맞는 사람을 찾기가 쉽지 않겠구나 싶다. 그래도 나에게는 늘 먼저 선뜻 도움을 주곤 하는 고마운 친구다. 은행계좌 여는 문제에서부터 보르도3대학과 기숙사 사무실 위치 안내까지, 곤란한 일마다 징위의 도움으로 적응을 좀 더 빨리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보르도 경영대에서 석사를 마치고 계획을 바꿔, 프랑스어를 익혀 이곳에서 일하고 싶다는 징위. 나이나 결혼문제에 구애받지 않고 도전하고 늘 열심히 하는 모습을 마음으로 응원한다.




# 친구들과의 피크닉

 약속시간이 한참 넘어 느지막이 나온 친구들.. 강변 한 구석에 자리를 잡고 각자 가져온 음식들을 나눠 먹었다. 맨손으로 갔지만 친구들의 피크닉 준비에 무임승차해서 레드와인이랑 호제와인도 마시고 크림치즈랑 체리도 먹었다. 후후후후. 양심에 털났지만 배부르고 만족스러운 저녁 ㅎㅎ.

 보르도에 도착한 두번째주 금요일에도 에스파뇰 친구가 제안한 갸론강변 바의 저녁 모임(Soirée)에 갔었더랬다. 심심하게 혼자 집에서 보내는 주말이 싫은 마음이 불어로 나누는 대화에 대한 두려움을 이겼다. 처음에는 좀 어색하기도 하고 나 빼고는 다들 불어를 잘 하는 것 같은 마음에 꿀먹은 벙어리처럼 있었지만 맥주가 한모금 두모금 들어가고 강가로 노을이 지는 모습을 보고 분위기에 취해 친구들과 유쾌하게 웃고 떠들다 집에 돌아왔던 기억. 그 수와레 이후 불어로 말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많이 줄어들었다. 바르고 정확한 표현이라는 틀에 나를 가두지 않고 상대와의 소통이라 생각하고 대화하려고 노력하다 보니 회화가 좀 더 자연스러워 졌다. 보통은 술자리가 되기때문에 매번 나가지는 않지만, 이번 처럼 다같이 모이는 자리에는 빠지지 않고 가려고 노력하고 있다.

- 한국인 친구가 준비한 셀카봉으로 행복한 셀피타임! 이걸들고 사진찍는 모습이 우스운지 주변에서 모두 신기해하는 표정이었다. 그러고보니 정말 셀카봉을 프랑스와서 한번도 본적이 없긴하다. 팔면 잘팔릴듯? ㅎㅎ


- 해가 지니까 깽꽁스 광장에 있는 놀이기구에 불이 들어왔다. 처음 보는 모습!




#축제의 서막, 불꽃놀이

 보르도는 해가 9시부터 지기 시작해서 10시가 넘어서야 완전히 어둑어둑해진다. 시계 보지 않고 다니다가 저녁 시간 놓치기 일쑤. 프랑스 사람들이 늦은 저녁을 먹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해가 완전히 넘어가고, 사람들이 강변에 점점더 많이 모이기 시작하더니 불꽃 축제가 시작됐다. 보르도 갸론강변을 걷다보면 여러개의 아치로 이루어진 구식 다리인 삐에르 다리와 여기서 조금 떨어진, 현대식 구조의 샤벙델마 다리를 만날 수 있다. 샤벙델마 다리에서 부터 붉을 밝힌 큰 배 하나가 유유히 나타났다. 그러더니 배에서 불꽃을 쏘아 올리기 시작했다. 큰 배가 불꽃을 모두 소진하자 그 뒤를 이어 다양한 디자인의 돛과 서로 다른 이름을 가진 돛단배들의 행진이 이어졌다. 보르도는 18~19세기 해상무역으로 돈을 벌던 항구도시라고 하는데, 아마 그 당시의 선박회사들 이름이 아닐까 추측해본다.


- 멀리 보이는 것이 샤벙델마 다리. 자세히 보면배들이 지나칠수 있게 다리가 들려 있다.

-배에서 쏘아 올리는 불꽃 움짤ㅎㅎ 펑펑 터지는 소리랑 분위기가 정말 좋았다.

-

- 불꽃을 모두 소진하고 삐에르 다리 쪽으로 향하는 배.

-그 뒤를 따르는 작은 돛단배들.



-사진기를 들어 올리는 사람 연인을 끌어 안는 사람. 모두 얼굴에 미소를 띠고 있던 행복한 순간, 포착!



 일주일동안 이어진 보르도 강축제에는 장터도 열리고 영화 상영도 하고 했다고 한다. 나는 개막식만 보고 보르도에서 처음으로 만원 트램을 타고 12시가 넘어 돌아와 다음날 8시 기차를 타고 무사히 니스로 갔다고 합니다. 이만 굳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