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의 바티칸 시국은 중세시대와 르네상스가 공존하던 무렵에 완성된 모습이다. 그래서인지 종교국가를 표방하고 각종 종교화를 수집·전시하지만, 곳곳에서 과학연구에서 크게 진일보한 당시 인간의 자부심을 느낄 수 있다. 비록 하루동안 머물렀지만 밀도가 매우 높았던지라 이야기가 길어져 두 편으로 나누어 올리기로 한다.



1. 2. 3. 4. 바티칸 시국


 바티칸 시국은 로마 시내에 자리 잡은 교황령으로 하나의 독립국가로 인정받고 있다. 요즘 시대에 정치와 종교가 일체된 전제군주국가가 버젓이 남아있다니! 유교가 한국인의 의식구조를 오랜 세월 지배해왔다면, 서구 사회에서는 카톨릭이 유럽인들의 의식구조를 구성해왔을 거라 짐작해볼 수 있었다.

 여행사의 투어 프로그램을 신청해 이 작은 국가를 하루 동안 둘러보았다. 이곳에는 세상에서 가장 규모가 큰 성당이라는 성 베드로 성당과 종교화를 비롯한 카톨릭 관련 예술품을 모아둔 바티칸 박물관, 교황 선출 장소인 시스티나 예배당이 자리 잡고 있다. 사진으로 보이는 산림에는 수도원이 있고, 와인생산 등 수익사업을 하기도 한다고. 사진 출처는 구글맵 편집.



 

1. 2. 3. 4. 바티칸 박물관

[사진출처 : 위키피디아]

 수많은 종교화가 모여 있는데 무교인 나에게 엄청난 수의 종교화 관람은 사실 고문에 가까웠다. 피렌체 우피치 미술관에서와 마찬가지로 대표작이나 눈이 가는 작품 위주로 마음에 담아오기로 했다.

그림, 종교 문외한이 종교화를 그래도 좀 재미있게 보기 위해선 성경 속 인물들의 상징을 아는 것이 좋다. 성경의 주요사건이나 순교방식에 따라 각각을 상징하는 아이콘이 있다. 문맹자가 많았던 옛날, 성경을 전파하기 위한 방식으로 그림이 사용되었기 때문이 아닐까 짐작해본다. 기억나는 것만 몇몇 적어보자면 다음과 같다. 예수로부터 하늘로 가는 열쇠를 부여받은 베드로의 상징은 열쇠, 거꾸로 된 십자가이다. 사도 요한의 상징은 책, 칼이다. 프란체스코는 걸음마다 자신을 돌아보고 반성한다는 의미에서 허리에 묶은 끈이 아이콘이 되었다. 제롬은 성경을 라틴어로 번역해 책과 필기구를 든 모습으로 자주 묘사된다. 잡생각이 들 때마다 돌로 가슴을 쳤다고 전해져 돌을 들고 있는 모습, 가시 박힌 사자를 구해줬더니 항상 곁을 지켰다고 전해지는 사자가 항상 제롬과 함께 등장한다.

그럼 이제 바티칸 박물관의 대표작 몇몇을 살펴보자.


@라파엘로의 3연작 중 <그리스도의 변모>

라파엘로 <그리스도의 변모>

조반니 벨리니 <그리스도의 변모>


 예수가 제자 몇을 데리고 높은 산에 올랐을 당시 구약시대의 인물인 모세와 엘리야가 나타나고 하느님의 목소리가 들리며 예수가 성스러운 모습으로 변한 성경의 내용을 담고 있다. 라파엘로의 탁월함은 같은 주제를 다룬 다른 화가의 그림과 비교해 볼 때 빛을 발한다. 비슷한 시기에 그려진 조반니 벨리니의 그림과 비교해보자. 라파엘로의 그림에서, 보다 역동적인 느낌을 받게 된다. 실제로 거대한 화폭을 올려다보면 화폭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건에 금방이라도 빠져들 듯 하다. 등장인물의 시선과 손짓이 이루는 삼각형 구도는 이런 역동성 가운데서 안정감을 준다. 명암처리는 꼭 사진편집에서의 로모효과 같다.

 

@까라바조 <입관>


 피렌체 우삐치 미술관의 메두사 이야기에 등장했던 바로 그 까라바조다. 술을 마시고 행패를 부리다 감옥에 가면 그를 아끼는 귀족들에게 그림을 그려주고 풀려나기가 일상이던 난봉꾼이었다고 한다. 이후 우발적 살인으로 도망생활을 하다 죽은 천재화가. 하느님이 그에게 천재적 재능을 부여해주는 데 너무 치중한 나머지 사회적응 능력치 채워주기를 깜빡하셨던 모양이다. 난봉꾼 기질 탓에 부정적 평가를 받는 화가임에도 바티칸 박물관에 그의 그림이 떡하니 걸려있는 것을 보면 그의 재능이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것이었음을 추측케 한다.

 까라바조는 극 사실주의를 표방한 화가였다. 죽은 예수의 잿빛 얼굴, 더러운 발톱, 비탄에 빠진 인물의 표정이 마치 철저히 고증된 한 편의 연극을 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실제로 까라바조는 극적인 느낌을 살리기 위해 항상 그림의 배경을 검게 칠하고 조명효과를 준 듯 빛이 한 방향에서만 오는 듯 보이도록 명암을 표현 했다고 한다.

 

@다빈치 <성 히에로니무스>


 누더기를 걸치고 앙상한 뼈를 드러낸 주인공은 손에 돌을 쥐고 있고, 옆에는 사자 한 마리가 개라도 되는 양 온순하게 앉아있다. 그렇다. 성 히에로니무스는 성경을 최초로 라틴어로 번역한 제롬을 가리킨다. 화폭에서 제롬을 둘러싸는 직사각형을 그리면 황금비율에 가까워진다고 한다. 제롬의 앙상한 몸에서 우리는 당시에 불경스러운 것으로 여겨졌을 화가의 해부학 지식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동시대를 살았던 천재 3인방 가운데 미켈란젤로나 라파엘로의 작품에서 예술적 감수성이나 격정이 읽히는 것에 반해, 다빈치의 작품에서는 비례와 조화에의 강박, 이성과 절제 같은 것들이 먼저 느껴진다. 자연관찰을 즐기고 수많은 발명품을 만들거나 구상했던 것을 보면, 다방면에서 종합적 천재였던 그에게 그림은 실험이나 구상을 위한 방편에 불과했던 게 아닐까? 다빈치의 작품에 미완성작이 많았던 이유에 조금은 수긍이 간다.

 


@라파엘로 - 서명의 방 중 <아테네 학당>

 교황 율리우스 2세가 라파엘로에게 그림을 그리도록 했던 서명의 방 4면에는 각각 4대 학문인 철학, 미학, 신학, 법학을 상징하는 그림이 있다. 철학을 상징하는 <아테네 학당>은 서명의 방 그림들 중 가장 유명하다. 이상주의자였던 플라톤은 하늘을, 현실주의자였던 아리스토텔레스는 땅을 가리키고 있다. 그리스 문명의 여러 신학자, 철학자, 수학자들도 그림에 등장한다. 등장인물이 많아 번잡한 느낌을 주기 쉽지만 라파엘로가 빈번히 사용한 삼각구도로 정리된 느낌을 준다. 돔 형 건물의 소실점이 모이는 지점에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를 세워 이상이냐, 현실이냐하는 철학의 근본 논쟁을 일깨워주고 있다. 빈 벽을 두고 이런 설정과 구도를 생각해낸 것에 감탄해 잠시 넋을 놓고 서성서성 했다,

그 외에 미학을 상징하는 <파르나수스의 신과 뮤즈>, 신학을 상징하는 <성체논의>, 법학을 상징하는 <기본적인, 신학적인 덕목 그리고 법>이 나머지 벽을 장식하고 있다. 고전과 인문주의를 강조한 르네상스 시대에 제작되어 그리스 신화 속의 인물들, 그리스 문명의 학자들이 빈번히 등장한다.




1. 2. 3. 4. 시스티나 예배당

 3 신성과 인성이 교차하는 바티칸 시국⑵ 에서 이어 연재하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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