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르도 알리앙스 프랑세즈는 수업이 있는 모든 날 방과후에 문화체험 프로그램을 준비해두고 있다. 작게는 자막이 있는 프랑스영화 상영부터, 프랑스 요리 아뜰리에나 Grand Théâtre(오페라하우스) 방문 등 다양한 활동들이 한 달 단위로 계획되어 있다. 보르도에 도착해 처음 사귄 중국인 친구, Jingyu(징위)의 제안으로 샤또투어를 신청하게 됐다. 일반 투어은 테마 별로 6유로 부터 2~30유로 까지 다양한데, 알리앙스가 제공한 투어는 5유로에 샤또와 와인저장고인 셰 등을 가이드와 함께 둘러보는 간단한 투어로 시간적/금전적 부담이 없어 망설이지 않고 신청할 수 있었다.


보르도는 남서부 그러니까 한국으로 치면 전라남도쯤 되는 위치에 자리잡고 있다. 발품 팔아본 결과 행정구역상 보르도는 그리 큰 편은 아니다. 그치만 아끼뗀 주의 주도로 인근지역의 생활중심지 역할을 하고 있다. 또 사람들은 보르도 중심지(Centre-Bordeaux)를 둘러싼 인근 포도주 생산지를 통틀어 보르도라고 부른다. 


- 파란 표시가 보르도 중심가. 중심가를 기점으로 3개의 트램 노선이 펼쳐져있다. 버스는 배차간격이 커서 트람이 고장났을 때가 아니면 이용하지 않는다.  


 우리나라의 성씨에 저마다 본가, 가문이 있는 것과 비슷하게도 프랑스의 포도주에도 가문이 있다. 바로 샤또라고 불리는 포도주 생산지다. 다양한 포도주의 가문인 '샤또 Château'는 불어로 중세의 성이나 저택을 의미하는 데, 실제로 보르도에 위치한 유서깊은 샤또들은 몇백년 전부터 포도를 재배하고 포도주를 생산해왔다고 한다. 내가 첫번째로 방문하게된 샤또는 위 지도에서 자주색 부분 Haut-Medoc(직역하면 높은 메독)에 위치한 샤또 뒤 따이앙! 메독 지역이 완만한 경사지대라고 하는데 그 중에서도 지대가 높은 지역에 위치하고 있는 모양이다. 



 그럼 이만 설명은 줄이고 비루한사진 감상 시간 ㅎㅎ 포도주 무지랭이지만 아는 바를 영혼까지 끌어 모아 적어본다.

-쾌청한 보르도 날씨! 따로 포도밭은 안보여줘서, 아쉬운대로 줄지어 선 아기 포도나무들 구경.


- 가이드 투어 시작. 열심히 듣는 알리앙스 학생들

- 가이드 언니 : 어서와. 이런덴 처음이지? 너네 지금 딱 서있는 여기가 바로 16세기에 지어진 와인셰(셀러,저장고)야.


- 와인 저장통만 최근 거고, 이 건물은 16세기 그대로야. 좀 서늘해. 벽이 더럽지? 습기 차서 버섯까지 폈어.

- 우리가 청소하기 싫어서 그런거 절대아니고. 이 버섯핀 오래된 벽이 문화유산으로 지정돼서 리모델링 불가야. 와인

에는 버섯 안피니까 걱정마^^*


- 포도를 착즙 및 가공하는 설비들이야.

- 알리앙스 학생일까? 불어 설명이지만 열심히 듣는 에스파뇰 아주머니!


- 긴 설명 듣느라 수고 했어. 자, 그럼 한잔시작할까? 처음으로 마시게 될 와인은 La Dame blanche 라 담 블랑슈(블량슈 아줌마), 화이트와인이지. 다 마셨으면 레드와인도 맛 보도록 해.

[코멘트] 와인 무지랭이라 처음으로 마신 화이트 와인은 라담 블량슈가 되었다. 레드와인 보다는 포도주 특유의 떫고 강한 맛이 좀 더 옅고, 대신 꽃? 과일? 이라고 해야하나, 여튼 더 여성적이고 부드러운 맛이 난다. 스테이크 보다 가벼운 다른 식사를 할때 곁들이면 좋을 것 같다. 

- 첫번째는 demi-bouteille(드미 부테이유, 반병), 두번째는 bouteille(부테이유, 한 병), 세번째는 magnum(마그넝, 큰술병), 네번째는 double-magnum(두블 마그넝, 큰큰 술병) 그리고 네번째는 géroboam(제호보앙, 큰큰큰 술병) 이라 불려. 우리가 평소에 마시는 건 두번째, 부테이유야.

[코멘트] 프랑스어 듣기 실력을 늘리려고 DVD를 빌려다 보는데, 영화에샤또 투어때 본 두블 마그넝 크기의 와인병이 등장해서 반가웠다. Coco avant Chanel(샤넬이 되기 전의 코코)이라는 영화였는데, 파티 장면에서 주최자가 와인을 나누어 줄때 큰 와인병, 아마도 두블 마그넝?이 등장한다


- 징위가 찍어준 기념사진ㅎㅎ

와인 저장고를 둘러보고 포도주 시음 까지 마치면 포도주 쇼핑 시간이 찾아온다. 집에 사다둔 포도주 한 병이 있어서 망설이다가 구입하지 않았는데, 돌아가는 길에 저마다 손에 한 병씩 들고 있는 것을 보고는 조금 후회가 됐다. 방문한 샤또의 포도주 맛이 나쁘지 않다면 사다두고 마시며 추억을 되새기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어렸을 때 방문했던 제주도 감귤 농장이 생각 났다. 농장 둘러보고 귤, 한라봉, 동충하초(??) 분위기에 휩쓸린 강매 ㅎㅎㅎ.


마지막으로, 무지랭이가 알려주는 보르도와인을 고르는 작은 팁! '보르도 와인은 빈티지를 많이 탄다'고 한다. Vintage 빈티지는 패션계에서 의도된 비루한 차림이라는 의미와는 거리가 멀고, 해마다 수확된 포도의 작황에 따른 품질을 의미함.ㅎㅎ '빈티지가 좋다'고 하면 수확된 포도주의 품질이 좋은 포도주를 생산하기에 적합하다는 의미가 된다. 아래 사진은 산지에서 직송하는 보르도 레드와인 빈티지 분류표 영문본!. 최근 와인 중에서는 2008~2010년 와인이 좋은 빈티지다. 이 외에 가볍게 좋은 포도주를 고르고 싶다면, 보르도 시내 곳곳에 위치한 거대한 와인전문 판매점을 찾아가 가격대를 정하고 추천받을 수 있다. :D


 그 밖에, 샤또 투어 정보는 보르도 관광안내소가 대부분 주관 하고 있다. 단체로 가는 경우가 많지만, 개인적으로 예약하고 찾아가는 방법도 있다. 다음번 샤또 투어 때는 같은 방식으로 생산되지만 서로 다른 빈티지를 맛보는 버티컬 테스트, 같은 빈티지이지만 다른 방식으로 생산되는 와인을 비교해보는 허리즌털 테스트를 경험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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