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르도의 도서관들
 보르도에 도착해 여러 활동에 참여하고는 있지만 모두들 쉬는 주말이 되면 할 수 있는 일이 얼마 없다. 집에서 놀자니 가재도구와 노트북 뿐이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사진찍기에도 이골이 나려는 무렵. 한국에 있을 때 심심할 때면 도서관에 놀러가던게 생각났다. 여기도 당연히 도서관이 있을 거란 생각에 무릎을 탁!

 샤또 투어 이야기에서도 썼지만 보르도는 아끼뗀 주의 주도다. 매우 큰 도시라는 이야기. 보르도 중심가에 우리나라로 치면 시립도서관 정도 크기의 MERIADECK(메리아덱) 도서관이 있고, 동네마다 구립도서관 크기의 작은 도서관이 9개, 평일에는 이동도서관도 열린다. 회원가입을 하면 도서 15권, 음반 15장, DVD 5장, CDrom 5개를 한달 동안 대여할 수 있다. 연장은 2주 단위로 두번까지 가능! 넉넉하다. 

 가입비는 9.5유로ㅠ. 만 26세 이상 부터는 12.5 유로. 도서관 내부 열람은 가입할 필요가 없다. 프리 와이파이도 빵빵! (유럽 여행할 때 맥도날드만 찾고 왜 도서관 생각은 못했나 모르겠다) 9월부터 보르도 대학부설 어학원 수업을 들으면 대학도서관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어서 처음에는 가입을 망설였다. 하지만 할일 없는 주말 DVD를 잔뜩 보려는 꿈에 부풀어 프랑스 교보문고인 fnac에서 dvd롬을 구입하고 도서관 회원 가입도 했다. 영어나 프랑스어 자막/더빙 뿐 인 것은 함정 ㅎㅎ

-가입을 위해 필요한 서류-
1. 산분증(여권, 체류증 등)
2. 거주 증명서
3. 가입비


# 우리동네 도서관 Grand Parc
 나는 트람 C선의 Grand Parc 역 인근 아파트에 살고 있다. 구글링해보니 집에서 가장 가까운 도서관은 그랑팍 도서관. 집에서 걸어서 15분 정도 걸린다. 뒤에서 소개하게 될, 시내 중심가의 메리아덱 도서관 보다는 규모가 훨씬 작고 장서도 적은편이다. 그치만 아늑한 동네 사랑방 느낌. 한국에 있을 때 도서관이나 카페에서 노트북 두들기고 책보고 하던 것과 가장 비슷한 느낌을 줘서 종종 찾는다.
 이곳에서 회원가입을 하고 예전에 재밌게 봤던 영화DVD들을 골랐다. 기분내려고 마그리트 뒤라스의 연인(L'amant)도 빌려보고 ㅎㅎ. 긴 글을 읽는 건 아직 어렵기 때문에 주로 사진집이나 그림책을 빌려오는 편이다.


 

 DVD를 고르다 문득 고개를 드니 무슨 글귀가 새겨져 있다. "언론의 자유는 우리가 그것을 사용하지 않을 때 쇠하고 만다." 책이 있는 또 다른 벽면, "거대한 질서 속에는 항상 작은 무질서함이 있게 마련이다.-라이프니츠". 가벼운 격언이지만 한번 쯤 되새겨 보게된다. 음.. 도서관다운 디자인이다. 그러고보니 홈스테이집 내 방에도 한 쪽 벽면에 글귀가 새겨져있다. "인생은 우리가 바라는 대로 살지 않을 때 쉽게 잃어가는 것인 고로…(Car la vie est un bien perdu quand on ne l'a pas veçu comme on aurait voulu…)" 별 뜻 없이 넘길 수 있는 가벼운 인테리어지만, 보르도에 도착하고 처음 한 두주 우울해하며 방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 문득 발견하고 정신 차리게 해준 고마운 글귀다. 

 



# MERIADECK 도서관과 지갑 분실 사건

 트램 A선 Meriadeck 역에 내려 조금 걸으면 cours du maréchal 거리에 메리아덱 도서관이 보인다. 크다. 엄청 크다. 도서관이라고 자전거 주차장 덮개도 유명한 책의 한페이지로 장식 돼 있다. 날이 좋아 유리 건물이 하늘을 그대로 담고 있었다.

 

- 입구에 들어서면 보안요원이 가방 검사를 한다. 주로 이용 하는 층은 DVD가 있는 2층이나 공부방이 있는 3층.

 

- 책보고 있으면 구름 이동에 따라 해가 났다 가렸다 반복하는데, 고즈넉해 마음이 편해진다. 너무 할머니 같나?ㅋㅋ 

- 지난 1월 샤를리앱도 테러사건이 일어나고 시간이 좀 흘렀지만 아직도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는 문구,"Je suis Charlie(나는 샤를리다)"

 

- DVD 관람실, iPAD도 완비!

- 보르도 도서관은 각종 문화행사를 구비하고 있다. 사진전 부터 미니 음악회까지. 오늘은 백발 할아버지의 쉐낏쉐낏 디제잉.


 메리아덱 도서관을 소개하고 싶어서 마음먹고 카메라를 챙겨간 날이었는데, 덕분에 짐이 많아 정신없는 바람에 지갑을 잃어버렸다. 멘붕..!!!!!!!! 구석에 있던 검색대 사용하고 두고갔다가 30초도 안돼 뛰어 돌아 갔는데 이미 사라져 버린 지갑.. 당황하니까 갑자기 생활불어가 엄청 빠르게 나왔다. 감시카메라 확인 불가하냐는 등 내가 생각해도 말도 안되는 엉뚱한 요구로 쪼끄만 아시아 여자애가 묻고 또 물으니 직원들이 0층 안내 데스크에 바래다 줬다. 다행히 누군가 맡기고 간 내 지갑.. 물과 몇분 사이에 일어난 일이었는데 너무 놀라서 다리에 힘이 탁 풀렸다. 아직 은행 계좌를 열지 못해서 당장 카드가 없으면 생활이 어려워질 것이었기 때문에.. 교통권도 들어있고 휴. 이놈의 정신머리.
 보르도는 살만한 동네구나. 하고 마음을 가라앉히고 마저 공부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트램 안. 지갑을 가만히 보니 동전을 제외한 현금이 몽땅 사라졌다! 20유로 정도 있었던 것 같은데. 지갑 깜빡한 몇초의 대가가 몇일치 식료품 비라니. 어떻든 찾아서 다행인 것을 그새 마음이 달라져 지갑 집어간 사람이 미워졌다.

 홈스테이집이 급하게 바뀌어서인지 정말 심하다 싶을 정도로 신경써주지 않을때가 많다. 초반에는 한마디라도 더 나누고 친하게 지내려고 저녁 식사 시간을 맞춰보기도 하고 먼저 말을 건내기도 했지만 그만 포기.. 빨래라도 제때 돌려주고 설거지 미루지만 않아도 다행이라 여기게 되었다. 고양이가 아무때나 방문열고 들어오거나 날뛸때마다 옆방 사는 딸이 벤쀠까!!!!!!하고 소리쳐대는데, 이제는 녹음해뒀다가 모닝콜로 써야겠다는 엉뚱한 생각을 하며 넘기게 되었다. 초반부터 불편한 홈스테이 생활도 앞으로의 7개월에 면역을 주는 일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이번 지갑 사건도 잃은 돈은 아깝지만 정신 똑띠 챙겨서 더 큰 손해보지 말라는 신호라 여기며 넘기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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