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활터전이 된 보르도 감상


 보르도 시내 중심가에 위치한 트램B선의 감베따역에 내릴때마다 목적지는 잠시 잊고 곧장 큰 나무와 대성당의 존재감에 압도된다. 유럽 여행할때도 매번 느꼈던 거지만 이런 오래된 건축물들 사이에서 일상을 사는 유럽 사람들이 부럽다. 하지만 감상도 잠시뿐. 유학 온 나에게 보르도는 관광지가 아니라 앞으로 8개월간 머물게 될 생활 터전이다. 다시 처리해야 할 일을 찾아 발길을 재촉한다. 거래 은행, 휴대폰 통신사, 학교를 비롯한 각종 편의 시설들이 이 역을 중심으로 위치해 있다.


 체류증, 은행계좌 등 각종서류를 준비하다 문제가 생겼다. 말도 잘 안통하고 아무도 나를 책임져 주지 않는 이곳. 현지인들과 관광객들이 뒤섞인 거리에 그대로 주저앉아 엉엉 울고싶어졌다. 1년 전 여행 당시에는 낭만적으로만 다가왔던 유럽의 거리들이 음울한 마음을 따라, 시간의 흐름이 멈춰버린 채 정체된 것처럼 느껴졌다



# 변덕스러운 날씨


 맑은 날의 보르도는 낡은 건물들의 색감이 무척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낮은 건물 탓에 하늘을 손으로 잡아 당겨 구름을 끌어 올 수 있을 것만 같다. 반대로 추적추적 비가오는 날은 굉장히 우중충하다. 잔뜩 깔린 구름이 볕을 막아 낮인데도 어둑어둑하다. 하늘 역시 색이 없다. 베이지색 건물도 습한 날씨가 다 빨아 들여 빛이 바랜 색으로 바뀌어 버린다


 보르도 날씨는 오락가락이 심하다. 맑아졌나 싶다가도 갑자기 흐려지더니 굵은 빗방울이 떨어지고, 다시 언제 그랬냐는 듯 맑게 개인다. 비맞는 것이 싫어 우산을 챙겨다니지만 변덕스러운 날시에 장단을 맞추는 것도 쉽지 않다. 우산을 펼쳤다 접었다를 몇차례 반복하다 포기하고 빗방울 정도는 그냥 맞고 다니기가 일상이 되었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