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월 22일 ~ 5월 31일, 일주일이 조금 넘는 알리앙스 방학.

 유학원에서 수업신청을 이상하게 해주는 바람에 보르도 체류기간 8개월을 거의 수업만 들으면서 보내게 생겼다. 도착한지 얼마 안되어 보르도 인근을 둘러보기도 정신없었지만, 길게 여행할 수 있는 기회가 몇번 없을 것 같아 전부터 가보고 싶었던 니스 여행을 하기로 했다. 작년 2월 한달 동안 유럽 여행 당시 함께 했던 퉁퉁이는 지금 독일에서 공부중이다. 정신없는 와중에 퉁퉁이와 틈틈이 연락하며 여행을 계획했다. 조금 버거웠지만 보르도에서 아는 사람 없다고 쓸쓸해질 적마다 퉁퉁이와 함께할 여행을 계획하는게 마음에 위안이 되었다. 5월 21일, 드디어 첫번째 한달간의 수업이 끝나고, 보르도 강축제에서 불꽃놀이를 보고 느지막이 돌아와 다음날 아침 일찍 니스행 기차에 몸을 실었다.



# 니스 도착 첫째

▲니스빌역

 보르도-니스를 잇는 직통열차가 없고, TGV도 없다. 내가 니스에 간 날은 모나코 그랑프리 F1, 깐 영화제가 열리는 기간이었는데, 교통편을 늦게 구하니 가격이 이미 오를대로 올라 비행기표를 구하는 것은 조금 무리인 상황.. . 어쩔수 없이 10시간 동안 기차를 타야했다. 덜컹덜컹철컹철컹 툴루즈-님-아를-몽펠리에-마르세유-칸-드디어 니스 도착!

 에어비엔비를 통해 예약해둔 숙소주인 아저씨와 만나 체크인 후 짐을 풀고 비행기가 연착되어 늦게 도착한 퉁퉁이 마중을 나갔다. 같은 프랑스인데 니스에 도착하니 3G가 먹통이 되었다. 프리와이파이도 잘 없는 이곳 프랑스에서.. (믿었던 숙소 마저.) 희미한 와이파이를 찾아 연락이 닿았지만 지리를 모르는 이곳에서 약속을 정하는 것도 쉽지 않은 상황. 만나기로 한 버스 정류장 이름이 비슷한 장소에 3군데나 있었다. 정류장 의자에 앉아 정신을 놓으려는데 건너편에서 들려오는 반가운 한국말! 맨발에 슬리퍼 신고 나온 내 발을 보고 바로 알아 봤다는 퉁퉁이ㅋㅋㅋ 너무 반가와서 눙물날뻔^*T

 니스에 도착한 첫날은 관광안내소에서 얻은 지도로 지리를 파악하고, 해변가인 프로므나드 데장글래를 좀 걷다 들어와서 파스타 해먹고 zzZal 준비. 니케아의 소파겸 침대였는데, 침대 펼줄 몰라서 인터넷검색하고 30분넘게 씨름하다가 결국 주인아저씨한테 119 쳤다. 네이버 지식인 질문에 있던 "빌어먹을 라꾸라꾸 침대가 안펴져요" 보고 개빵터져서 주저앉아 배아프도록 웃고 ㅋㅋㅋ



#니스 둘째날, 칸영화제 폐막식을 보다

 여독 때문에 느지막이 일어나 마세나 광장 인근의 공원과 니스의 재래시장을 구경했다. 꽃, 채소, 비누 등 잡다한 것을 팔았지만 마트보다 질이 더 좋거나 저렴하다는 느낌은 안들어서 둘러보기만 했다. 전 같이 생긴 거리 음식을 사먹었는데 no맛.. 대형마트로 발길을 돌려 먹을만한 와인이랑 고기, 야채를 사와 배를 채웠다.

▲재래시장 끝에서 모자파는 모자쓴 흑인아저씨. 뭔가 그냥. 느낌 좋아서.

▲마세나 광장 인근의 분수 공원. 보르도의 거울분수와 비슷하지만 조형미는 거울분수가 쵝오bb라고 자부한다.

 전날 흐리던 날씨가 맑아지니까 그동안 어디에 숨어었던지, 사람들이 너나없이 몰려나와 태닝을 하고 있었다. 비키니를 준비하지 않은 것에 후회가.. 밀려..왔다........ 점심을 후딱 먹고 적당히 비치웨어를 맞춰 입고 깐 행 기차탑승! 느린 기차로 40분 정도 되는 거리인데, 내리자 마자 갑자기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게 아닌가! 입고온 비치웨어가 무색해져 버렸다. 해변도 연이은 행사탓인지 물이 더러웠다. 발만 담구고 해변에 잠시 누웠다가 터덜터덜 영화의 전당으로 향했다. 도착하니까 이미 끝나버린 스타들의 입장식. 우리 왜이래ㅋㅋ; 아쉬운대로 레드카펫 앞에서 대형스크린에 중계해주는 페막식을 봤다.


 유명한 국제 행사라 기대를 했었는데 영화제 기간동안 주요 영화상영은 영화관계자들에게만 개방된다고 한다. 일반인들은 해변영화제나 레드카펫에서 손 흔드는 스타들, 혹은 거리를 지나는 스타들을 보는 정도가 전부. 폐막식인 시상식 행사에서 아시아인은 거의 찾아 보기 힘들었고 뭔가 소외받는 기분이었다. 엘리트주의, 서구중심주의 심한 행사인 것 같았다. 잘난 무리가 저 잘났다고 자기네 끼리 놀때 이에 대처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우리끼리 더 재밌게 노는 거라고 생각한다. 잘난 무리가 "잉?뭐지?"하고 뒤돌아 보게끔. 뭔가 아시아인으로서 우리끼리 더 잘 노는데 기여하고 싶어졌다. 유학와서도 서구인들의 아시아에 대한 무관심, 신비한 대상 정도의 몰이해를 종종 경험한다. 나도 서양사람들을 완벽히 이해하지는 못하지만 적어도 노력은 하는데!. 이런 태도들이 유학생활을 더 외롭게 만들고는 한다. 



# 유럽여행, 껍데기는 가라

 폐막식이 끝나고 다리도 아프고 날이 흐려서 그대로 니스로 돌아왔다. 알고보니 영화의 전당 뒷편으로 구시가가 더 있다고. 미련없이 패스. 집에 돌아와 요리하던 도중에 휴가왔다는 옆방 이탈리아노 아저씨가 문을 두드리며 자기도 집대여하고 싶다고 Airbnb에 대해 이것저것 물었다. 아직 힘겹지만 프랑스어로 열심히 설명! 많이 늘고 있는 것은 틀림없는 것 같다.

 니스에서의 둘째날은 그닥 인상적인게 없었지만, 퉁퉁이와 유학생활 고충, 가족, 진로, 미래 등등 두런두런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문득 우리가 작년 유럽여행때와는 완전히 달라졌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는 관광지나 기념물 뭐 하나라도 더 보려고 하루종일 정신없이 걷고 보고 듣고 했는데, 각자 유학생활에 조금 익숙해진 지금의 우리는 더 차분하고 여유로웠다. 그때의 우리가 유럽이 입고 있는 껍데기를 보았다면 지금의 우리는 유럽의 알맹이에 조금 더 가까워 진 것일 지도 모르겠다.

▲푸짐한 저녁. 식비아껴 숙소비에 다썼다고 합니다ㅇㅇ



여행지 길찾기 유입량이 좀 되는 거 같아 도움이 되고자 몇자 적어본다.

[니스에서 깐 찾아가기Tip]

1. 니스빌역에서 깐행 보통열차로 3~40분 소요, 편도 5유로

2. 관광안내소에 물어보면 버스도 있으나 1~2시간 소요된다고 한다. 버스타고 해변 관람 하고 싶은게 아니라면 기차를 이용하자.

* 니스 관광안내소 무척 잘 되어 있으니 꼭 활용해서 즐거운 여행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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