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사 일 년 만에 사직서를 냈다.

경력이라 부르기에 짧은 시간일 수 있지만 전부 나열하기 어려울 만큼 많은 경험을 했다.

회사 내부 문제와 그에 대한 불만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지만, 내일의 퇴사를 만들어낸 보일링 포인트는 충동 한 스푼이었다. 이성보다 뜨거운 감성으로 직관을 따르는 돈키호테 같은 선택을 하고 말았다. 하하..

회사를 들어간지 한 달이 채 안되었을 무렵부터 9 to 6 생활에 갑갑함을 느꼈던 것 같다. 별다른 계기도 없이 멀쩡한 회사를 퇴사할 수 없는 일이라 꾹꾹 눌러 참으며 다녔다.

어느 순간부터 안일해지고 내 모습을 잃어가는 스스로를 발견했을 때 이건 아니다 싶은 생각이 들었고, 계기가 생겼을 때는 망설임이 들지 않았다.

퇴사 결심을 하고 사직 의사를 전달했을 때 퇴사 준비가 끝났었냐 하면, 그렇지도 않다. 어느 정도 믿는 구석이 몇 가지 있기는 하지만 퇴사를 하루 앞두고 현실적으로 검토해보니 다수가 얼토당토않은 망상인 듯해 착잡하기도 하다.

자취를 시작하는 시기와 퇴사 시기가 맞물려 막막한 마음이 더 크게 들기도 한다.

대학시절과 회사생활 동안 그간 많은 것들을 이루고 쌓아오고 있었다고 자부했는데, 이렇게 소속감에서 벗어날 일을 목전에 두면 밑 빠진 독의 물 마냥 내 청춘이 쏴르르 쏟아져 나가고 텅 비어버리는 것 같다.

그래도 컴퓨터 앞의 눈 퀭 회사원 하기에는 너무 아쉬운 마음이 커서 여건이 허락하는 데까지 부지런히 움직여 보려고 한다.

퇴사 일기에 생각 나는 대로 퇴사 비하인드스토리나 퇴사 준비, 퇴사 후 시도한 새로운 일들을 기록해 둬야겠다. 밑 빠진 독, 쏴르르 못하게.




원본 포스팅은 2018-02-18에 작성했습니다. 

퇴사 후 8개월 간 갭이어(?)라 할 수 있는 시기를 보내며 생각하고 경험한 것들을 기록 했습니다.

갭이어를 준비하는 다른 분들에게 영감을 주는 포스팅이 되었으면 좋겠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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