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다만

 

# Contax TVS, Fuji C200

 

해안에 위치한 초등학교. 가톨릭 재단에서 운영하는 학교다. 교무실에 들어가 보니깐 교재가 미국 것이었다. 영어를 공용어로 쓰는 나라이기도 하지만, 영어 사용 여부에서 신분 격차가 쉽게 드러난다. 그만큼 교육에 대한 보편적 복지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델리에선 대낮에 어린아이들이 길거리를 부랑하는 반면에, 다만의 길거리는 너무나 평온하고 아이들은 미국식 교육을 받는다.

 

여행 전에 인도의 인구 통계 자료를 찾아본 적이 있었는데, 여전히 카스트에 기초한 인구 조사가 이뤄지고 있었다. 신분 질서가 법적으로 철폐되었으나, 기초 단위에서 암묵적으로 통용되고 있으니 정부 통계자료에도 중요 지표로 사용되고 있다. 신분질서야 말로 자유와 평등에 완전히 반하는 가치다. 신분질서에는 사람의 행동과 사고를 틀 속에 가둬버린다. 교육에서 결혼까지 인생의 중요한 순간에도 인도인들은 자신의 계층을 둘러볼 수밖에 없다.

 

교육이 관습화된 신분질서를 거둬낼 순 없다. 하지만 교육수준이 계층이동에 미치는 영향은 분명해 보인다. 적어도 법적인 수준에서 신분질서가 철폐되었다면 이제 국민들 인식 수준에서 이를 없애야 한다. 신분이나 소득수준에 관계없이 양질의 교육을 제공하여 청소년들이 학업의 기회에서 만큼은 동등한 기회를 받도록 도울 필요가 있다. 교육 수준은 소득 수준을 결정짓는 중요한 독립변인이고, 자본주의 사회에서 소득수준은 계층을 구분짓는 가장 유효한 기준이다. 인도가 카스트의 벽을 뛰어넘기 위해서는 교육복지가 절실해 보인다.

 

 

학교는 성당과 교실 건물로 나뉜다. 성당도 구역을 나눠서 일부는 교실로 쓰고 있었던 것 같다. 학교를 둘러싼 검은 벽은 예전 포르투갈 요새의 옹벽이다. 바로 옆에 요새 유적이 있고, 가톨릭 신도들의 공동 묘지가 있다. 요새 규모는 굉장히 작고 장식도 조악하다. 다만은 고아만큼 큰 규모의 점령지는 아니고 북인도와 남인도의 중간 기착지 정도 되지 않았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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