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사 일 년 만에 사직서를 냈다.

경력이라 부르기에 짧은 시간일 수 있지만 전부 나열하기 어려울 만큼 많은 경험을 했다.

회사 내부 문제와 그에 대한 불만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지만, 내일의 퇴사를 만들어낸 보일링 포인트는 충동 한 스푼이었다. 이성보다 뜨거운 감성으로 직관을 따르는 돈키호테 같은 선택을 하고 말았다. 하하..

회사를 들어간지 한 달이 채 안되었을 무렵부터 9 to 6 생활에 갑갑함을 느꼈던 것 같다. 별다른 계기도 없이 멀쩡한 회사를 퇴사할 수 없는 일이라 꾹꾹 눌러 참으며 다녔다.

어느 순간부터 안일해지고 내 모습을 잃어가는 스스로를 발견했을 때 이건 아니다 싶은 생각이 들었고, 계기가 생겼을 때는 망설임이 들지 않았다.

퇴사 결심을 하고 사직 의사를 전달했을 때 퇴사 준비가 끝났었냐 하면, 그렇지도 않다. 어느 정도 믿는 구석이 몇 가지 있기는 하지만 퇴사를 하루 앞두고 현실적으로 검토해보니 다수가 얼토당토않은 망상인 듯해 착잡하기도 하다.

자취를 시작하는 시기와 퇴사 시기가 맞물려 막막한 마음이 더 크게 들기도 한다.

대학시절과 회사생활 동안 그간 많은 것들을 이루고 쌓아오고 있었다고 자부했는데, 이렇게 소속감에서 벗어날 일을 목전에 두면 밑 빠진 독의 물 마냥 내 청춘이 쏴르르 쏟아져 나가고 텅 비어버리는 것 같다.

그래도 컴퓨터 앞의 눈 퀭 회사원 하기에는 너무 아쉬운 마음이 커서 여건이 허락하는 데까지 부지런히 움직여 보려고 한다.

퇴사 일기에 생각 나는 대로 퇴사 비하인드스토리나 퇴사 준비, 퇴사 후 시도한 새로운 일들을 기록해 둬야겠다. 밑 빠진 독, 쏴르르 못하게.




원본 포스팅은 2018-02-18에 작성했습니다. 

퇴사 후 8개월 간 갭이어(?)라 할 수 있는 시기를 보내며 생각하고 경험한 것들을 기록 했습니다.

갭이어를 준비하는 다른 분들에게 영감을 주는 포스팅이 되었으면 좋겠네요! ^^



셀프제모 4주차!


3주차 부터는 털이 자라는 속도 뿐 아니라 모 굵기가 확실히 달라졌다. 전보다 얇아졌고 힘이 없어 살짝 잡아 당기거나 세게 긁으면 톡 빠진다. 남자분들 탈모 시작 되면 머리가 얇아지면서 샴푸질 정도의 자극에도 급격하게 빠지기 시작한다는데 레이저 제모의 효과는 남자분들 탈모과정이랑 진짜 비슷한 것 같다.ㅎㅎ


이제 사용한지 딱 한 달 됐는데 원래 털이 얇게 자라던 부위는 털이 있는지 확인하려면 자세히 들여다 봐야할 정도로 말끔하다. 굵게 자라던 부위의 털들은 얇아졌고 자라는 속도도 확실히 느려졌다. 설명서에서 3개월 정도 사용하면 영구제모 효과가 있다고 하는데 원숭이 탈출 1/3 정도 왔다! 후후


사람 피부가 편평한게 아니라 미세하게는 우둘두둘하고 조사창이 닿는 피부면 역시 굴곡이 있기 때문에 레이저를 쏘인다고 제모 효과가 고르게 나타나지는 않는다. 같은 부위에 쏘아도 일부 모근은 약해지는 반면 다른 모근은 계속 억세게 남아 있기도 한다. 레이저 쏘고 나면 열기가 남아있어 피부에 자극을 주는데 유난히 모근이 억센 부위는 피부에 쿨타임 좀 뒀다가 세기를 높여서 한 두번 정도 더 레이저를 쏴주고 있다.


후기 찾아볼때 비키니 제모 시도하다가 털이 듬성듬성 자라 민망하다는 후기를 본적이 있다. (ㅋㅋㅋ?) 비키니 라인 같이 모근이 굵고 털이 군집된 지역은 한번에 시도하기 보다는 가장자리부터 시작해서 해당부위에 제모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하면 점점 면적을 늘려가는 게 맞는 것 같다.


아아아 영구제모 성공하고 따뜻한 나라에 수영하러 가고 싶다!

브라운 레이저 제모기 사용 2주차 기록


사용 간격을 6-7일 정도로 두고 있다. 면도기 제모 후 사용해야 하는 지라 첫 주에는 인그로운 헤어가 생겨버렸다. 그리고 2주만에 벌써 안자라는 부위가 있다거나 털이 얇아졌다거나 하는 드라마틱한 효과는 없다 ㅋㅋㅋ

그래도 첫주에 한번 면도기 제모하고 두번째는 그냥 사용했는데 2주동안 털이 자라는 속도가 확연히 줄어든게 보인다. 레이저가 모근을 괴롭혀서 그런 것 같다.

브라운 제모기는 따로 쿨타임이 없고 버튼을 누른채 조사창을 옮겨가며 사용하는 롤링모드 지원이 돼서 한번 제모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30분 내외로 짧다. 버튼을 눌렀다 떼었다 하며 사용하는 부분 조사 기능도 지원된다.

사용할때 모근이 굵은 부분은 정전기 오를때처럼 따끔하다. ㅜㅜ 무서움 흑흑... 제모에서 해방된 슬기로운 수영생활을 생각하며 눈 딱감고 하고 있다.



셀프 제모 구입 및 첫 사용!

새해를 맞아 매번 미뤄오던 숙원 사업 - 제모를 하기로 했다. 병원을 여럿 알아보다 매번 예약방문해야하는게 안내켜 레이저 제모기를 덜렁 사버렸다.

10만원 대로 비교적 저렴한 제모기도 많았지만, 레이저 조사후 쿨타임 대기시간이 길다거나 피부톤에 따른 세기 자동조절이 안되거나 너무 아프거나 하는 등의 아쉬운 부분이 있었다. 각종 후기를 비교! 후 삼십만원 정도 하는 브라운 실크 엑스퍼트 레이저 제모기를 구입하게 됐다.

기기와 콘센트, 비너스 면도기가 함께 온다. 레이저 제모기 사용전 사용 부위를 면도기로 제모 해주어야 한다. 그냥 하면 오징어 굽는 냄새 주의** 추천 제모 부위는 팔,다리,비키니라인, 얼굴, 목 등 거의 전신! 눈 주위나 중요부위 사용은 자제하라고 한다. 남자분들 중 레이저 제모기로 수염 제모 시도하시는 분들 종종 있는 듯 ㅎㅎ

3개월 정도 매주매주 사용해야 효과가 나타난다고 한다. 여름 전까지 팔, 다리, 비키니 라인 제모가 목표! 지금까지는 일반 면도기 사용해왔는데 귀찮기도 하고 인그로운 헤어때문에 수시로 고통받는 원숭이의 일상 ㅠㅠ 완벽 제모까지는 아니어도 모 굵기나 자라는 속도 정도라도 개선 되면 좋겠다!

 니스 여행 포스팅이 조금 길어지면서 그동안 많은 일이 슝슝 지나갔다. 여행을 마친지 벌써 한달하고도 열흘이 지났다. 프랑스는 7,8월 본격적인 바캉스 기간에 접어들었고, 1년에 두번 있는 바겐세일도 시작됐다.. 홈스테이 집에서 기숙사 집으로 이사도 마쳤고. B2반으로 가는 종강 시험도 지난달에 10점 이상 넉넉하게 통과.

 오늘은 알리앙스 프랑세즈 방과후 프로그램으로 갔던 보르도 미술관 "갤러리 보자르(Galerie des Beaux-Arts)"의 특별전시 <보르도 이탈리 전展>을 짧게 기록하기로 한다. 다녀온지 벌써 한달 가까이 지나 가물가물 해지려고 하지만.



#보르도, 갤러리 데 보자르 <보르도 이탈리전>

  알리앙스를 통해 가는 미술관/박물관은 대체로 무료로 프랑스어 가이드까지 제공된다. 하지만 7,8월이면 관광수입 대목이기 때문에 알리앙스 수업료도 1.5배 가까이 오르고 문화프로그램도 평소보다 비싸진다. 보자르 관람을 6월에 다녀왔기 때문에 무료로 관람할 수 있었다.

 보르도-이탈리 전은 18세기 부터 20세기 동안, 보르도와 이탈리아 좀 더 크게는 프랑스와 이탈리아의 예술적 비전의 교환이라는 큰 주제를 가지고 이루어진 전시였다. 5월 7일부터 9월 7일까지니 아직 진행 중인셈. 총 세 층에 걸쳐 전시되고 있다. 우리나라 식으로 1층-2층-지하1층 순으로 둘러 보았다.


#1층 (프랑스 표기 0F) 

 전시의 첫번째 파트에는 17세기 이래의 이탈리아의 일상적인 생활 풍경, 풍속화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베니스의 전통 배일까? 문을 열면 바로 이어지는 수로. 

▲냉장고 바지 입은 가이드 언니. 그 옆에 귀족 여성 초상화는 목에 털장식까지 하나하나 꼭 진짜 같았다.

▲초상화 제작을 맡긴 귀족 그림. 그림을 그리는 것에 대한 그림.


#2층 (프랑스표기 1F)

 전시 두번째 파트에는 이탈리아의 역사화와 풍경화가 전시되어 있다. 보르도-이탈리전 이다보니 이탈리아 화가의 그림 보다는 파리나 보르도 출신 화가들의 그림으로 이루어져있다. 두번째 파트 부터는 인상주의나 큐비즘, 추상주의의 영향을 받은 것 같은 19-20세기 그림들을 종종 발견할 수 있다.. 전시개괄과 보르도 생활 기록이 본 포스팅의 목적이므로 모든 그림 사진을 찍지는 않았다. 


▲보르들레의 19세기 베니스 여행기

▲피렌체 인근에 자리잡은 토스카냐의 풍경화. 추상화라 서울 우리집이라해도 믿어야할 판이다.
그치만 색감이 좋아서 찰칵.


#지하 1층 (프랑스표기 -0F)

 전시 세번째 파트에는 프랑스의 그림이나 조각 분야에서 19-20세기 화가들의 연구를 보여주고 있다. 고 전시소개에 나와있다. 가이드 투어를 듣고 전시관람을 한 입장에서 좀 더 명확히 정리하면 "신화적 주제"를 다룬 그림들이 전시되고 있다. 이탈리아를 이야기하면서, 유럽 역사의 시원으로 일컬어지는 천년제국 로마를 빼놓을 수 없기 때문이겠다.

 아래 그림은 프랑스에서 가장 유명한 예술학교인 그랑제꼴 데 보자르의 콩쿨을 위해 두 학생이 그린 그림이라고 한다.한 가지 신화적 주제에 대한 각자의 해석을 그림에 담은 것인데, 어떤 이야기를 배경으로 한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그래도 문외한의 생눈으로 보건데 둘 중 어느 그림이 우승했을지 상상해보자.

 두 그림 다 어두운 배경에 마치 한편의 연극처럼 어디선가 조명이 주요 인물들을 비추고 있다. 어떤 그림이 콩쿨에서 1등했을 거 같냐는 가이드 언니의 물음에 나는 왼쪽이라고 답했다. 빙고.! 침대위의 죽어가는 사람과 그를 붙잡고 슬픔에 겨워 하는 여자. 그 옆에 눈에 띄는 노란색 천을 걸친 채 근엄한 표정을 지으며 칼을 치켜든 남자. 조명과 노란색의 적절한 사용, 인물들의 몸과 몸으로 이어지는 구도가 화면 전체를 장악하고 있어, 한쪽으로 치우친듯 불균형하고 잡다한 느낌을 주는 오른쪽 그림에 비해 몰입도가 훨씬 강렬하다. 

잼. 가이드 언니의 간단한 질문하나에 이 전시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그림이 되었다. 그리고 사진을 통해 눈치 챘는지 모르겠지만, 전시 각 파트의 벽 색깔은 각기 다른 색깔로 통일되어 있다. ㅎㅎ 


위 그림들은 이탈리아와 무슨 관련 있는지 ?? 모르겠지만, 벽에 안걸려 있고 공간에 전시 되어 있으니 다른 느낌을 주길래 카메라로 찍어두었다. 화면의 세여인들은 고갱이 그린 타히티 여인들 처럼 주관적으로 표현되었다. 고요하고 잠잠한 표정을 하고 있지만 인체 표현에 근육이 도드라져 의지적인 느낌이.. 그리고 왼쪽 여자는 왜 색깔이.. 칠하다 만건가ㅠㅠ.. 하고 예술 무지랭이는 생각했다. 끗


# 니스여행 마지막날 - 쌩폴드방스(Saint Paul de Vence)

 혼자 여행해야 하는 다음날도 여전히 우울했지만 기운내서 주변 도시에 다녀오기로 했다. 니스 주변도시 중에 그라스Grass라는 향수 마을이 있다. 내가 좋아하는 독일 작가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소설 '향수'의 첫번째 배경으로 등장하는 향수 마을이 바로 이곳 그라스다. 단지 그 이유에서 향수를 사러 가보고 싶었지만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방스를 비롯한 다른 주변 마을에서도 지역특산 향수를 구입할 수 있고, 그라스보다는 방스가 예쁘다는 여행정보에 귀가 펄럭펄럭 쌩폴 방스에 다녀오기로 했다니스여행의 최대 장점은 왕복 3~4유로 남짓의 버스요금으로 인근 작은 마을에 다녀올 수 있다는 점이다.

 쌩폴방스는 애즈처럼 요새같이 생겼지만 좀 더 크고 예쁜 느낌을 주는 마을이었다. 이곳의 건물들은 16세기에 지어진 것이라고..! 하지만 건물 대부분은 주거공간 보다는 토산품, 그림 등을 파는 상가로 사용되고 있었다. 거의 종점부터 종점까지의 거리인데 중간에 졸다가 화들짝 놀라 내리니 도착!@역에 있던 프라고나르에서 레몬계열 향수를 시향해봤는데 돌아다니는 내내 향이 좋아서 기분도 좋았다마을 입구에서 햄샌드위치 사서 먹으며 돌아다녔다. 그러다 한국인 여행객을 만났는데, 일본어로 한국인이냐고 물어봤다. ㅡㅡ?? 어눌한 일어로 한국인이라 하니까 그제서야 한국말로 인사. 자기네 끼리 버스에서부터 계속 긴가민가 했다며 자리를 떴다뭔가 좀 무례한 일을 당한 기분이었다.

▲조명이 매력적이었던 프라고나르!

▲쌩폴방스 초입에서 기념사진. 눈치 없는 아줌니 찬조출연ㅎㅎ

▲내려다 보이는 주변 풍경. 프랑스의 시골은 이런느낌! 집들이 오밀조밀 모여있다.


 방스 골목골목을 돌아다니다가 패트릭 쥐스킨트 향수 마을인 그라스산 향수get 후후. 그루누이가 최고냄새를 사냥하러 온갖 마을을 누비는 마음으로 사람들의 모습을 카메라에 훔쳤다. 찍는 족족 예쁜 사진이 되어 즐거웠다.향수는 두병 샀는데 하나는 내가 쓰고 하나는 엄마 선물 예정. 그닥 비싼편도 아닌데 향이 괜찮아서 선물용으로 좀 더 살 걸 방스를 둘러보고 나오니 아쉬움이 남았다. 버스를 기다리는 동안 프라고나르를 서성였지만 그라스산 토산품보다 2~3배 이상 비싸고 왠지 면세점에도 구입할 수 있을 것 같아 패스. 다음을 기약하고 서둘러 돌아오는 버스에 올랐다.


- 다음은  열마디 설명보다 나은 사진 감상 타임.!(스압 주의 ㅎㅎ) 한장씩 천천히 감상해주시길.


▲유럽 중년의 모던한 패션센스 ㅎㅎ 

▲ 자 찍는다~ 와이키키

▲ 마을 회의 중인걸까? 대화중인 주민들.

▲향수를 샀던 가게. 토산품들을 모아 팔고 있었다. 가격도 저렴한 편으로 선물용으로 굳굳!!

▲오른쪽 선반에서 레몬, 네홀리 두가지 향으로 구입! ㅎㅎ 기분전환용으로 잘 쓰고 있다.

▲갤러리의 느낌 좋은 그림도 찰칵

▲ㅎㅎ안늉?

▲ 임대. 60m2, 3500유로/월, 보증금- 두달치 월세. ㅎㅎ 


▲방스는 길이름 팻말부터 남달라

▲니스행 버스를 기다리며 정류장 바로 옆의 예쁜 건물도 카메라에 줍줍


 다시 니스. 빵과 시리얼로 간단히 요기를 하고 수영복을 챙겨 입고 바다에 풍덩! 전전날 했던 짧은 해수욕이 아쉬워 혼자 바다위를 동동 떠다녔다지중해의 뜨거운 햇살, 차가운 바닷물, 이어지는 파도 소리. 마음이 먹먹해지는 순간엄청 마음바닥까지 외로우면서도 황홀했는데 처음 느껴보는 이상한 감정이었다.

 

 니스에서의 마지막 해수욕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와 몽펠리에 숙소를 검색하는데 검색되는 숙소가 없다. 보르도 행 기차도 이미 너무 비싸진 상태. 여행 막바지에 걱정이 태산. 와이파이 마저 잘 되지를 않고 피로가 몰려왔다. 동글이와의 일주년이었는데, 마음이 힘드니까 동글이도 덩달아 미웠다. 힘들때도 즐거울때도 함께 하지 못하는 1. 길고도 짧을 그 시간을 견뎌야하는 당위적인 이유도 찾지 못했고, 견딜 만큼 마음이 굳지도 못해 또 다투고 말았다. 더이상 여행을 계속 할 기분이 아닌 채로 니스에서의 마지막 저녁을 보냈다.

 


# 다시 보르도.

 다음날, 몽펠리에에 내려 점심을 먹고 숙소를 다시 찾아 보았지만 여전히 마땅치 않다. 기분도 체력도 금전적 여유도 바닥다음주 부터 이어질 수업에 지장이 없으려면 기차표를 비싸게 구입하더라도 집에 돌아가야겠다는 판단이 섰다. 몽펠리에 거리에서 길 헤매기를 멈추고 보르도행 표로 티켓을 바꿔 끊었다. 동글이와도 더 시간을 갖자며 나쁘게 끊은 전화. 자꾸 눈물이 나서 기차 안에 앉아 있기가 힘들었다. 긴 기차탑승 시간 동안 일주일간의 여행을 정리했다. 외로워서 익숙한 것들이 너무나 그리웠다. 익숙한 것이 지겨워지면 낯선 것 새로운 것을 찾고 그러다 다시 익숙한 것을 찾는 우리의 습성. 관성의 법칙. 일주일간의 여행 끝에서 그나마도 조금 더 익숙한 보르도로 향하는 것이 오히려 마음에 안정을 가져다 주었다. 돌아와서도 언제 그랬냐는듯 동글이와 화해로 마무리한 짧고도 길었던 여행.


여행지 길찾기 유입량이 좀 되는 거 같아 도움이 되고자 몇자 적어본다.

[니스에서 쌩폴방스 찾아가기Tip] 

1. 프로므나드 데장글래 인근의 버스 정류장에서 방스행 버스 탑승. 1시간 정도 소요. 방스 말고 쌩폴방스에 내린다.

2. 거의 종점-종점 구간이므로 왠만하면 앉아서 갈수 있다.^*^

3. 버스 정보는 유동적이므로 인터넷 검색하지 말고 현지에 가서 관광안내소에 위치와 시간을 물어보는 것이 제일 확실하다. 버스 배차간격이 길어서 하루에 두개 이상의 마을을 보려면 일찍 출발하는 것이 좋다.

* 니스 관광안내소 무척 잘 되어 있으니 꼭 활용해서 즐거운 여행하시길.!




#니스여행 다섯째날 - 샤갈미술관


 전날 새벽까지 돌아다니다 늦게 잔 탓에 아침에 일어나기가 힘들었다. KFC의 남은 치킨으로 아침을 대신하고 퉁퉁이를 비행시간에 맞춰 배웅했다. 퉁퉁이가 가고 2~3일쯤 혼자 머물렀는데 날씨는 쾌청했지만 급격히 외로와져서 혼났다. 혼자 숙소로 돌아와 체크아웃 전 마지막 만찬을 하는데 홀로 남겨진 것이 갑자기 마음이 무겁고 몸에 힘이 하나도 없었다. 해외생활이 맨날 그림같고 씐나고 낭만적일 것 같은데, 정말 그렇긴 하다. 그 댓가로 홀로 낯선 곳에 던져져 있다는 생각, 뭔가 이루어 돌아가야한다는 생각에, 마음 밑바닥 심연에 닿을 듯 한없이 고독해질 때도 많다. 그럴때마다 새로운 것을 찾아 나서고 부딪히고 그러다가 지치면 잠시 익숙한 것을 찾아 마음을 달래고.., KFC치킨과 맥도날드버거는 모든 여행자 마음의 고향.


  애써 밝은 척 잘지냈다고 호스트에게 인사하고 예약해둔 호스텔로 짐을 옮겼다. 기분탓에 여행이 쳐질까봐 짐을 풀고 얼른 샤갈 미술관으로 향했다. 샤갈미술관은 니스빌역 너머 뒷편에 위치해 있는데 역전의 인상과는 달리 부촌이었다. 내내 터지지 않던 핸드폰도 잘 터지고. 사람사는 니스는 이런 동네구나, 다른 인상을 갖게 되었다.


 

▲니스빌역 너머의 거리. 한결 깨끗하고 고요하다.


샤갈 미술관에는 샤갈의 종교화 연작과 샤갈이 디자인한 카펫이 전시되어 있다. 분홍, 빨강, 검정, 노랑, 파랑, 초록. 컴퓨터의 인공 팔레트에서 골라낸 듯 낭만적인 색감과 본능적이고 굵은 윤곽 선 그리고 자주 사용한 모티프(서커스, 하얀 말, 몽환적인 커플)를 주욱 둘러보다보니 이사람, 낭만주의자였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울했던 마음이 조금 나아졌다. 

전에 오페라 하우스의 천장화 그림을 인상깊게 봐서 샤갈 미술관도 기대를 했는데, 대표작은 전시되어 있지 않다. 아쉬운 마음에 대표작이 담긴 브로셔를 살까 했지만 샤갈 작품세계 전반을 다룬 브로셔는 없는 것 같아 그냥 나왔다. 미술관 입장료는 학생할인 받아 7유로로 비싼 편인데 리플릿도 제대로 없어서 괘씸했다. 흥! (유럽여행 당시 파리의 오르세 미술관을 7유로에 관람한 이후로, 전시수준이 한참 못미치는 미술관이 입장료마저 비싸면 기분이 썩 좋지 않다.)


 

▲??뭐냐고? 샤갈미술관. 표지판 없으면 찾기 힘들게 숨어있다. 안쪽으로는 작은 정원이 펼쳐져있고.


▲ 미술관 조형도와 샤갈 연보.

- 이 뒤편으로 짐맡기는 곳이 있는데 여권이 있으면 영/프 오디오 가이드 무료 대여가능

- 샤갈이 오른쪽과 같이 그림을 그리면 카펫 장인이 한땀한땀 카펫(Tapis)으로 구현.

- 이런 작업을 많이 했다고 한다. 여러점 전시 되어 있는데 생략.


샤갈이 빈번히 그린 하얀말과 커플이 한 화면에 있길래.

▲ 샤갈 관련 다큐 상영관에서 노부부 찰칵.

- 카메라를 챙기지 않았더니 폰카로 찍은 사진들 모두 엉망이다. 화질도 구도도.ㅠ


 점심 먹을 곳을 찾다가 마땅치 않아 마트에서 샌드위치를 사먹고 주변에 위치해 있다는 마티스 미술관으로 향했다. 마티스 미술관은 작은 공원 안에 자리잡고 있다. 공원 옆에는 오래된 원형극장 터가 남아있고, 공원 안에서는 동아리인듯한 사람들 무리가 한가롭게 게이트볼을 치고 있었다. 여행서에서는 마티스 미술관 입장료가 분명 무료라 적혀있었는데, 막상 찾아오니 무려 10유로!!!??? 엄청 작은데!!!! 미술관 폐관 시간이 얼마 남지 않기도 해서 그냥 주변만 둘러보고 숙소로 돌아 갔다.


 마티스 미술관으로 향하는 길에 만난 쁘띠 니스빌 전망

▲원형극장 터

▲공원의 게이트볼 치는 사람들


여행지 길찾기 유입량이 좀 되는 거 같아 도움이 되고자 몇자 적어본다. 

[샤갈 미술관 찾아가기Tip] 

1. 니스빌역에 내리면 바로 앞에 있는 관광안내소에서 니스 시내 지도를 받는다.

2. 니스는 작은 도시이기 때문에 니스 내의 왠만한 거리나 장소는 지도에 표시된 길 이름을 보고 찾아 갈 수 있다. 각각의 길끝에는 건물의 간판정도 높이에 길 이름이 적혀있으니 참고!

니스 여행 넷째날, 애즈-모나코 방문기


# 에즈의 사람들


구름이 끼었지만 오히려 쨍쨍한 햇볕이 없어 날씨는 선선했다. 버스를 타고 애즈에 내리니 요새같이 생긴 언덕에 옹기종기 오래된 집들이 모여있었다. 주거시설보다는 주로 관광객을 대상으로 하는 가게들이 많았다. 버스를 타고 가다보면 애즈와 비슷한 요새마을이 해안가를 따라 여기저기 많이 남아있다. 로마의 시원인 이탈리아와 가깝고, 갈로-로마 지역이었던 것 답게 고대 로마를 떠오르게하는 낮고 길쭉한 나무들을 쉽게 찾아 볼 수 있었다. 확실히 파리나 보르도와는 다른 느낌의 매력이 있는 것 같다. 서울이랑 부산, 제주도가 다른 느낌인 것 처럼. 애즈의 요새 정상에는 중세의 정원이 있는데 여기에 오르려면 입장료를 내야한다. 5유로라는 조금 애매한 가격이었는데 다행히 영진이에게 학생증이 있어 둘다 절반가격에 패스;) ! 챙겨온 도시락을 먹고 미로같은 중세정원 이곳저곳을 둘러보았다.


비좁은 골목골목. 찍는 족족 한편의 그림이 되었다.


 독서중인 가게 아주머니.


 

만삭인데 함께 여행하는 부부. 너무 예쁘고 부러워서 몰래 찰칵.


 

▲ 정상에서 쉬는 시간. 날씨가 그닥 좋지 않았다.




# 세계에서 두번째로 작은 나라, 모나코

▲모나코의 항구

 모나코는 이탈리아 수도인 로마안에 자리 잡은 '바티칸시국' 다음으로 가장 작은 국가라고 한다. 애즈 관광을 마치고 집에 돌아가기에는 너무 이른 시각이라 가까운 거리에 위치한 모나코도 가보기로 했다. 같은 버스안에서 계속 한국인인지 긴가민가 했던 사람이 있었는데 모나코행 버스를 기다리며 이야기 해보니 한국인 이었다. 모나코는 계획없이 갔던 거라 어디를 봐야 좋을지 몰라 동행하기로 했다. 비가 내려 흐린 모나코 거리를 걸어 모나코 왕궁과 인근의 성당을 보고 모나코의 선착장과 항구를 내려다보았다. 갑자기 해가 나더니 맑아져서 마음에 드는 사진을 얻을 수 있었다. 후후 F1 그랑프리가 끝난지 얼마되지 않아서 항구쪽에 설치된 관람석이 남아 있었다. 모나코에는 다른 유럽 도시들과 달리 고층 건물들이 줄지어 서 있다. 유럽의 대도시들이 고도제한을 두지 않는 다면 이런 느낌일까?


▲우후죽순 솟은 모나코의 고층 건물들


▲모나코 왕궁. 기대한 것만큼 웅장하고 화려하지는 않았다


▲왕궁 인근의 대성당. 지금까지 유럽에서 본 대성당들 중 내부가 가장 현대적인 느낌을 주는 곳이었다. 예뻐서 고요한 성당의 공기를 깨뜨리고 한컷 찰칵


▲모나코에서 만난 아가와 새. 누가누가 이기나 눈싸움.

- 옆에 아가 가족들이 있었는데 개의치 않고 예뻐죽겠다는 표정으로 사진을 찍어대니까 웃으며 쳐다보았다. 연락처 교환해서 사진 보내줄껄! 사진 정리하다 보니 아쉬운 생각이 든다. 


 모나코 관광도 마치고 니스로 돌아오는 버스안.. 동행한 한국 사람이 알고보니 오빠의 ROTC 한해 후배였다. 신기해! 낯선 타지에서 만난 한국인이 멀지 않은 지인이라니. 하지만 이야기를 나눈 것도 잠시. 구불거리는 길 탓에 한시간 남짓을 창백해진 채 심한 멀미에 시달려야 했다. 니스에 도착해 그냥 헤어지기 아쉬워 함께 KFC치킨을 먹기로 했다. 치킨..치키인..ㅠㅠ너무 반가와서 눙무리..얼마만의 치킨인지.. 배가 고프기도 했고. 제일 큰 거 시켜서 정신없이 먹었다. 나눈 이야기는 사실 기억에 없다.ㅋㅋ? 그냥 잡담

 다음날 아침 비행기로 먼저 떠나는 퉁퉁이. 뭔가 아쉬운 맘이 들어 밤거리를 한참 더 배회하는 것으로 함께하는 여행을 마무리했다.


 

▲ 밤의 마세나 광장. 퉁퉁이와의 여행을 마무리 하며.



여행지 길찾기 유입량이 좀 되는 거 같아 도움이 되고자 몇자 적어본다.

[애즈-모나코 찾아가기Tip] 

1. 애즈와 모나코는 니스에서 한시간 남짓의 가까운 거리에 위치해 있어 빨리 둘러본다면 하루에 둘다 보는 것이 가능하다.

2. 니스에서 트램을 타고 버스 정류장에 내려 애즈-모나코행 버스를 타면 갈수 있고 티켓은 1.50 유로. 1시간 이내에 트램-버스간 환승 가능.

3. 버스 정보는 유동적이므로 인터넷 검색하지 말고 현지에 가서 관광안내소에 위치와 시간을 물어보는 것이 제일 확실하다. 니스-애즈는 한시간 정도, 애즈-모나코는 30분 가량 소요. 버스 배차간격이 길어서 시간을 넉넉히 잡고 다녀야한다.

* 니스 관광안내소 무척 잘 되어 있으니 꼭 활용해서 즐거운 여행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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